<아시아의時代가다가온다>巨大 네트워크 華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화교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자금줄을 쥐고 있는 세력이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등 동남아국가의 상장기업 주식 지분중 평균 70% 이상이 화교계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다.
막강한 자금력과 정교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들은 중국.대만.
동남아 후진개발국에 뛰어들어 부를 늘리고 있다.현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는 모두 3천8백만명(대만 제외).이중 85.1%에 해당하는 3천2백90만여명이 동남 아에 거주하고 있다.
포브스지 지난 6월호 집계에 따르면 재력순위별 화교기업가 3백76명의 자산총액은 4천40억달러(약 3백23조2천억원)에 달한다.풍부한 자금을 동원해 중국전역을 개발해 놓은 것도 이들이다. 『중국 개방후 투자진출한 16만개 외국기업 가운데 85%는 중국계 화교기업입니다.화교들의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중국의 신속한 개방.개혁은 불가능했을 겁니다.』대만 세계화교연합은행의 화교전문가 정칭후이(曾慶輝)의 설명이다.
『화교들이 자금력 이외에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끈끈한 가족적 연대와 함께 어떠한 모임이라도 만들어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행태입니다.지난해까지 알려진 전세계의 화교조직은 모두 9천2백55개에 달합니다.자금력과 조 직력이 모두갖춰져 있어 화교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은 충분히 마련된셈입니다.』대만 교무(僑務)위원회 경제기획과 린루이룽(林瑞隆)과장의 분석이다.
화교기업을 연결하는 조직망은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대만정부가65년 「세계 화상(華商)경제무역회의」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전총리의 발의로 91년부터 세차례 개최된 「세계 화상대회」 등 화교들의 세계적 조직이 탄생하고 있다. 특히 뒤늦게 출범한 「세계 화상대회」는 중국이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이 조직과 중국의 협력이 본격화할경우 화교권은 중국을 배후지로 해 더 높이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러나 화교계는 현지 정부및 민간인들간에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현지 거주국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이제껏 화교의 큰 약점이었습니다.그러나 최근에는 화교들의 현지화가 눈에 띄게 이뤄지는 추세입니 다.』 ***現地人과의 갈등 문제 말레이시아 국제전략문제연구소(ISIS)의 스테판 량박사는 말레이시아 화교의 경우 국적과 혈통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강조한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 공헌하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이 돼버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교기업들이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등 상업자본에만 투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지 정부및 민간인들과 갈등을 빚을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 단기 투자이익만을 내다본 투자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해현지사회와 조화로운 삶을 살아 가는 것은 화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결론이다.
유광종.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