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 웃으며 맨유로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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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으로 생애 처음 맡은 대표팀 주장직을 훌륭히 수행해낸 후 16일 환하게 웃으며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경고 누적으로 합류하지 못한 김남일(31·고베)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2차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4-1 대승을 진두 지휘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그는 “그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승리를 위해 독려했을 뿐이다. 선수들을 이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간 필드 밖에서는 쌍방향 소통에 힘쓰고, 경기장에서는 헌신으로 솔선수범했다.

박지성은 경기 이틀 전인 13일 허정무 감독에게 건의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예정돼 있던 훈련 장소를 파주 NFC로 바꿨다. 불필요한 이동으로 피곤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그의 제안에 허 감독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훈련 스케줄은 하루 일찍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UAE전 당일에는 후배들이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버스 안에 경쾌한 댄스 음악을 틀어 달라는 이색 주문을 했다. 경기 때는 상대에게 끝까지 달려들어 실수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골과 도움을 만들어냈다.

박지성은 “주장으로서 경기 도중 말을 많이 했고,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며 “경기 결과가 좋아 모두 좋게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의 분수령이 될 다음 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에 대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최근 들어 사우디를 이겨본 적이 없다. 원정이라 더 힘들 것”이라면서도 “2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되찾은 자신감을 계속 살린다면 예전과 다른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맨유로 복귀한 그에게는 19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홈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장거리 여행 때문에 경기에 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변신해 제 역할을 해낸 이영표(31·도르트문트)도 이날 독일로 출국했다. 그는 “UAE전 승리를 기억하면 사우디 원정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면서 후배들에게 “환경이 크게 바뀌는 만큼 선수들 모두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해야 한다. 또 스스로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것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인천공항=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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