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처음 해설 하면서 엄청나게 욕 먹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지금 생각해도 그때 바꾸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일본식 용어가 난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야구해설가 허구연(57·사진)은 26년 동안 해설을 해오면서 일본식 야구용어를 미국식으로 바꾼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사지 M25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서른한살이었다. 처음 해설을 하면서 엄청나게 욕 먹었다. 당시 야구 용어가 모두 일본식이었는데 용어를 모두 미국식으로 바꿔서 해설했거든. 기존에 써오던 용어를 젊은 놈이 바꾸니 난리가 났었다”며 야구경기를 일본식 용어로 해설하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4구(四球)’ ‘직구(直球)’ ‘랑데뷰 홈런’ ‘홈인’ ‘백 넘버’ ‘방어율’ ‘하프 스윙’ ‘삼진(三振)’ ‘홈베이스’ 등등은 모두 일본식 용어다. 이 가운데 ‘4구(四球)’ ‘직구(直球)’ ‘랑데뷰 홈런’ ‘방어율’은 각각 우리말인 ‘볼넷’ ‘빠른 볼’ ‘연속타자 홈런’ ‘평균 자책점’ 등으로 순화됐다. 야구 본고장인 미국 야구용어에 따르면 홈인은 ‘런인’, 선수가 입고 있는 옷 번호를 뜻하는 백 넘버는 ‘유니폼 넘버’, 하프 스윙은 ‘체크 스윙’, 삼진은 ‘스트라이크 아웃’, 홈베이스는 ‘홈플레이트’가 맞다.

그는 국내 스포츠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행정당국, 정부가 스포츠에 대해서 너무 무심하다. 체육을 정말 우습게 안다. 문화관광부에 체육이란 단어가 빠지려던 걸 우리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야구를 비롯해 다른 종목들도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며 비판했다.

한국프로야구가 풀어야할 숙제에 대해서는 프로야구팀 부족과 열악한 지원기반을 지적했다. “팀 수를 늘려야 한다. 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갈 곳은 프로팀밖에 없는데, 팀이 모자라다. 시쳇말로 서울법대 가는 경쟁률보다 더 높다. 그러니 어떻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나. 다음은 인프라 문제인데, 40~60년이 넘은 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우선은 법이 개정돼야 한다. 잠실구장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위탁관리만 가능할 뿐 장기임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허구연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선동렬을 꼽았다. “(가장 뛰어난 선수는) 선동렬이지. 방망이만 놓고 보면 이승엽이고. 선동렬은 세 차례나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세계 야구사에서도 찾기 힘든 기록이다. 아마 술을 좀 자제했으면 더 오래도록 선수로 남지 않았을까”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은 투수 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경기 일정이 쉽지 않다. 투수들이 제대로 쉴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를 치르더라도 경기를 덜 치르는 팀이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확률적으로는 SK가 유리하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김용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