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어린이집도 국공립 수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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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정동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서울시청어린이집’. 목재로 외벽을 마감해 우아한 느낌을 주는 4층 건물 안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어린이들은 보육교사들과 함께 신체 활동이나 과학 활동 놀이를 즐기며 놀고 있었다. 이곳에선 서울시청 직원 및 일반인 자녀 170여 명이 보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정동 ‘서울시청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체육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점핑’ 놀이를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하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대기 중인 어린이는 현재 수용 인원의 여덟 배에 가까운 1300명에 이른다. 이 어린이집이 공립이어서 민간시설보다 시설도 좋고 보육료도 싸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이 같은 공공 보육시설은 전체 5532개의 보육시설 중 14%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가 민간 어린이집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정한 기준을 갖춘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 인증을 거쳐 재정 지원을 하는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4780곳에 이르는 민간 어린이집들을 2012년까지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15일 발표했다. 민간 보육을 사실상 공공 보육의 틀 안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서울형 어린이집’이라는 이름의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급식·위생·안전 같은 보육 환경 및 보육 과정의 평가를 통과하고 ▶야간 및 휴일 보육 등 서울시가 제안하는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시 보육시설 회계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시가 정한 92개 항목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인증을 받은 보육시설에 대해서는 보육료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지급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국공립 시설에 준하는 지원을 한다.

현재 민간 보육시설의 보육료는 국공립시설에 비해 월 5만1000~6만4000원 정도 더 비싸 이용자의 부담이 높다. 게다가 보육교사 인건비는 국공립의 80% 이하 수준으로 우수 보육교사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4780개에 이르는 민간 보육시설 중에서 인증을 받는 시설을 ▶내년 10% ▶내후년 43%로 늘려나가 2012년에는 민간시설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들 어린이집의 재정 지원에 2009년부터 모두 2109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육 문제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저출산의 큰 원인”이라며 “이번 ‘서울형 어린이집’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보육 환경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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