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2년 만에 5집 ‘레이니즘’ 들고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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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에서 석 달간 전국 투어를 하면 150억을 주겠다는 제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닌자 어새신’을 택했다. 내 목표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수 비(26·정지훈·사진)가 2년 만에 5집 앨범 ‘레이니즘(Rainism)’으로 돌아왔다. 이 앨범명은 ‘비의 음악, 춤, 스타일이 신드롬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는 “큰물에서 배운, 많은 것을 국내 팬들에게 즐겁게 보여드리고 싶다”며 “혹독한 시장에서 경쟁하며 여유를 배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만의 국내 컴백인데.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외국에서 정말 한국말이 하고 싶었고, 혼자 먹는 밥이 지겨웠는데, 이제 고향에 온 것 같다.”

-2년 만에 돌아오니 무엇이 달라졌나.

“며칠 전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정말 놀랐다. 엄정화 누나 빼고는 내가 최고참이더라. 후배들이 내 방으로 인사하러 오는데 어색해서 ‘왜들 이러세요’라고 했다.”

-박진영에게 앨범은 들려줬나.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저녁 먹으며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비는 이번 앨범에서 ‘레이니즘’ ‘내 여자’ ‘유’ ‘마이 웨이’ 등 5곡을 작곡했다). 진영이 형은 내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준 사람이다. 형이 ‘지훈이 못 한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다.”

-5집 앨범을 소개해 달라.

“앨범을 만들고 나서 이렇게 여러 번 흐뭇하게 들어본 적이 없다. 스물여섯 가수 비의 모든 것을 담았다. 발라드곡 ‘러브 스토리’로 비도 노래를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다.”

-연기를 하면서 춤과 노래는 녹슬지 않았나.

“연기와 음악은 색다른 매력의 두 명의 여자 친구 같다. 연기에 질리면 노래를 하고, 노래에 질리면 연기를 한다.”

-왜 굳이 힘든 세계 시장을 두드리나.

“하루에 두 번씩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라고 후회한다. 아시아에서 공연하고 드라마 찍으면 돈도 훨씬 많이 벌고, 편했을 것이다. 그런 유혹도 많았지만 전 세계인이 아는 최초의 한국인 스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내 인생의 베스트&워스트 신을 고른다면.

“내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는 딱 세 번 있었다. 처음은 진영이 형 만났을 때다. 연락이 처음 왔을 때 소개팅 약속이 잡혀 있었다. 당시 돈이 없어서 여자 만날 능력도 안 됐으니 당연히 진영이 형을 만나러 갔고 ‘비’로 태어나게 됐다. 두 번째는 워쇼스키 감독을 만나 할리우드로 간 것이다. 감독 눈에 들려고 안 되는 영어로 별별 얘기를 다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 ‘닌자 어새신’을 만난 지금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현재다. 워스트 신이라면 어머니의 병원비를 못 대서 가슴 아프게 떠나보냈을 때다.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은 유일한 일이었다.”

-오랜 해외 생활과 댓글 등으로 인한 우울증은 없나.

“외국에서 너무 외로워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악성 댓글을 보면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스타일이라 다행이다. 외롭고 힘들 때는 차태현·윤계상 형과 만나 얘기하고 푼다.”

-자신의 묘비에 뭐라고 적히길 바라나.

“노력하는 인간에게는 늘 길이 마련돼 있다고 믿는다. ‘노력형 인간 정지훈, 멋진 인생을 살다 가다’라고 적히면 뿌듯하겠다.”

이경란 기자 사진=제이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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