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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식품 유통기한은 어떻게 정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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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 요즘 부모님이 “너무 속상하다”는 말을 하시지 않나요. 환율과 주가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으니 말이죠. 여기에 멜라민 파동까지 겹쳐 먹거리 걱정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식품만이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면…’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러분도 부모님 손을 잡고 백화점·대형 마트·재래시장 같은 곳에 가보곤 할 겁니다.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무엇이죠. 가격과 유통기한 둘 중 하나겠죠. 그런데 유통기한 표시는 소비자가 딱히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적으로 그 기간을 적어넣은 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9일자 E4면에 실린 ‘식품·유통업계 ‘빨리 버려야 산다’는 기사 중 ‘이마트는 2006년 4월부터 신선제품의 유통기한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부분이 기억나시나요. ‘기준이 뭐기에 기한을 반으로 줄였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을 겁니다.

◆유통기한 어떻게 설정하나=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련 법에서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회사가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책임지겠다는 표시이기도 하지요. 식품의 제조·가공 업체는 포장재질·보존조건·제조방법·원료 배합비율 등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유통기한을 설정해야 합니다. ‘유통기한 설정실험’을 거쳐 식약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특히 보관 온도를 실온(1~35도)·상온(15~25도)·냉장(0~10도)·냉동(-18도 이하) 등으로 나눠 실험해야죠. 당연히 물건을 파는 업체는 실험 온도에 맞춰 보관해야 합니다. 물건을 살 때 꼭 보관 온도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긴(보통 15일 이상) 제품의 경우 가속실험이란 걸 합니다. 미생물이 잘 자라는 온도에서 얼마나 보관하면 음식물이 상하는지 보는 거죠. 설정하려는 기간보다 긴 시간을 실험해야 합니다.

실험을 생략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식약청에서는 쉽게 상할 수 있는 제품(단기 보존식품)에 대해 권장 유통기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간 내로 유통기한을 설정하면 되는 식품입니다. 물론 식약청에서 비슷한 실험을 해서 나온 결과겠죠. 예를 들어 빵류는 상온에서 5일, 어묵은 냉장에서 8일, 튀김은 상온에서 1일입니다. 두부의 경우 냉장에서 3일이지만 실온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릅니다. 날씨가 서늘한 11∼3월에는 이틀, 그 밖의 달에는 하루죠.

여러분이 특별히 신경써야 할 식품이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길거리에서 사먹는 도시락·김밥·샌드위치·햄버거류입니다. 이들의 권장 유통기간이 상온에서 7~10시간입니다. 섭씨 15도가 넘나드는 날씨에 이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여러분의 건강을 지킬 수 있죠. 가족 나들이나 소풍을 갈 때 주의하기 바랍니다. 날이 더운데 냉장되지 않은 도시락이나 김밥을 한참 지난 후 먹게 되면 탈이 날 우려가 있습니다. 단 섭씨 10도 이하로 보관 가능한 경우에는 하루 이상 지나도 음식이 상하지 않습니다.

실험을 직접 하는 대신 국내외 식품 관련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이나 정부기관·정부출연기관의 연구보고서 등을 인용해 유통기한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유통기한 규정 없는 식품도=과일·채소·수산식품은 보통 유통기한 표시를 안 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죠. 하지만 한번 가공을 거칠 경우에는 기한이 정해집니다. 반찬류는 30일 안팎으로, 제조일을 표시합니다. 쌀도 도정일을 포장지에 써넣습니다.

설탕·소금·식용얼음·껌류(소포장 제품) 등은 업체들이 유통기한 표시를 안 해도 됩니다. 식품의 수분 함량이 낮거나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해요. 여러분이 여름철 즐겨먹는 빙과류도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제조사들은 “얼려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한 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제품은 만들어진 지 얼마나 됐는지 모르는 채 사먹는 경우가 많죠. 요즘 대형 마트에서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을 묶어 10개에 3000원 정도에 파는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지요. 제조일자 표시가 안 됐거나 만들어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제품일 겁니다. 해롭지 않다고 하지만 내년부터는 제조일자를 각각의 제품에 표시해야 합니다.

그럼 수입하는 제품의 유통기한은 어떻게 정할까요.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업자나 유통업자는 그 기간을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수출국의 제조·가공 업자가 설정한 기한을 그대로 놔 둬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을 고치거나 없애면 식품위생법상 ‘허위표시’ 행위에 해당돼 처벌받습니다.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을 수입하면서 수입자가 자발적으로 식품에 유통기한을 설정한 경우도 있는데요, 이 표시를 고쳐도 허위표시에 해당한다는군요. 일단 먼저 표시했다면 어떤 기준으로 했든 그게 공식 유통기한이랍니다.

문병주 기자



표기 방법은 수입식품 ‘EXP’는 만기일 의미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방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라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년○○월○○일까지’ ‘○○○○.○○.○○까지’로 표현합니다. 제조일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제조일로부터 ○○일까지’ ‘제조일로부터 ○○월까지’라고 돼 있습니다. 도시락류는 유통이 허가되는 시간까지를 써야 합니다. 통조림 식품은 월 표시 영문의 첫 글자를 따 표시할 수 있습니다. 10월은 O(October), 11월은 N(November)이 되겠죠. 청량음료는 병마개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경우 제조한 해와 달을, 우유·발효유는 제조일을 쓸 수 있습니다. 식품의 경우 냉동 또는 냉장 보관·유통해야 하는 제품은 ‘냉동 보관’ 또는 ‘냉장 보관’을 표시해야 하고, 품질 유지에 필요한 온도도 알려야 합니다.

수입 상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헷갈리기 쉽습니다. 대체로 표시 순서는 일·월·연입니다. 그 앞에 ‘EXP’ ‘E’라고 써 있으면 만기일(Expire)을 뜻합니다. ‘BE’ ‘BBE’는 ‘Best Before’의 약자로 그 뒤에 날이 표시되면 그날 이전에 섭취하라는 겁니다. ‘CONSUME BEFORE’라는 말도 쓰지요. 뒤따르는 날 이전에 소비하면 됩니다. 영문자 P·PRO·PRD 등은 생산(Product)한 날을 표시하기 위한 약자입니다.

더 복잡한 표시도 있습니다. ‘1004LJ23’이라고 찍혀 있으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첫째 두 자리는 월, 둘째 두 자리는 제조한 해, 셋째 두 자리 영문은 제조 코드를 가리킵니다. 넷째 두 숫자는 제조일입니다. 그러니깐 이 제품은 2004년 10월 23일에 만들어진 것이군요. ‘M0409411’이라고 적힌 상품도 있습니다. 이 물건은 2004년 4월 4일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M은 제조일(Manufacturing)을 나타내고, 04는 2004년을, 094는 1년 중 94번째 날(4월 4일)을 표시한 겁니다. 11은 생산 라인을 뜻합니다. 또 ‘I03H30’의 경우 제조일은 2003년 9월 30일입니다. I는 알파벳 순서로 아홉째이므로 9월을, 03은 2003년을 나타냅니다. H는 생산공장을, 30은 제조일입니다.

자료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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