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돈] 1. 대관료 낮추는 방법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연극은 공연 예술의 토양이다. 뮤지컬과 TV드라마, 영화까지도 자양분을 연극에서 빨아들인다. 연극을 '공연 예술의 기반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극은 또 '순수 예술'이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연극계 일선에선 "정부의 지원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관광부.문예진흥원.방송발전기금.서울시 등에선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2000만원씩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제작자들은 "작품의 질만 떨어뜨리는 '아편'에 불과하다"고 불평한다. 왜 그럴까.

문제는 '소액다건(少額多件)'에 있다. 소극장 연극의 평균 제작비는 6000만원선. 그런데 지원금은 제작비의 10~30%에 불과하다. 극단 대표인 L씨는 "어느새 제작자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예산 5000만원짜리 연극 기획안을 올려 1500만원을 지원받은 후, 실제로는 지원금보다 적은 돈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작품 수준만 떨어지게 마련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작품성이 뛰어난 연극에 한해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악어 엔터테인먼트의 조행덕 대표는 "지원금 제도는 단편적인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프랑스처럼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극장을 사들여 싼 값에 대관을 해주는 방식이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