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에 이웃잃은 탑동리주민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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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생계를 위해 버섯을 따러 산에 올라간 주민들을 이처럼 무참하게 죽일수가 있습니까.』 공비잔당들의 총에 맞아 피살된 김용수(45)씨와 이영모(54)씨의 실종신고를 했던 강원도평창군진부면탑동리 주민 유갑렬(43)씨는 9일 金씨등의 피살소식을 듣고 공비들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유씨는 피살된 金씨등이 8일 산에 올라가면서 『혹시나』하는 우려에 대해 『이곳은 침투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그동안 공비들이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없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며『아무런 대항능력도 없는 정우교(67.여)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을 보니 인간도 아니다』고 분노했다. 졸지에 이웃 3명을 잃은 탑동리 주민 1백여명은 이날 오후일손을 놓은채 동네 곳곳에 모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때도 10여리 떨어진 용평면속사리에서 도주 공비들이 이승복군등을 무참하게 살해했었는데 우리 마을에서 18년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침통해 했다.
이날 남자주민들은 이장인 배희찬씨 집에 모여 뜻하지 않은 사태에 따른 대책등을 논의했으며 부녀자와 어린이들은 공비 출현 소식에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한채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샜다.
또 공비 만행소식이 알려지면서 안부를 물으려는 외지의 자녀와친척들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진부면탑동리는 영동고속도로변 진부면 소재지에서 10㎞쯤 떨어져 버스도 들어가지 않는 오대산 서쪽자락의 전형적인 산촌.
30가구 1백9명의 주민들이 채소와 감자등 밭농사를 주로 짓고 있으며 봄.가을이면 오대산일대에서 채취하는 약초와 버섯.나물등이 주수입원이다.
숨진 李씨는 부인.두 아들(19,16)과 채소농사를 지어왔으며 미혼인 金씨는 텃밭도 없이 남의 일을 돕거나 산나물등을 채취해 생활해왔다.
또 정씨는 89년 외아들(37)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했으나 지난달 3일 송이채취를 위해 이곳에 와 혼자 지내왔다.
평창=홍창업.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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