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화초 바둑을 위한 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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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6강전>
○·이영구 7단(한국) ●·저우루이양 5단(중국)

 제4보(38~51)=지금 벌어지고 있는 접전을 보면 비틀기, 눈 찌르기, 목 죄기 등 저잣거리의 온갖 전투 수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마디로 수법이 고상하지 않아서 이름 있는 고수라면 이 정석을 쓰기가 좀 켕기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둑 실력 키우기엔 이런 싸움이 좋다. 특히 모양은 그럴싸한데 접근전이 약한 사람들, 소위 온실 속의 ‘화초 바둑’이란 소리를 듣는 분들에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는 상변 흑의 수를 한 수 늘려 수상전에서 이기려는 임기응변. 그러나 이쪽도 38, 40으로 잡혀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저우루이양 5단이 41로 씌우자 검토실에선 “신수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석은 ‘참고도1’ 흑1로 뻗는 것. 여기서 백2로 곱게 뛰어나가면(누구나 이렇게 두기 십상이지만) 그건 걸려든다. 흑3으로 귀를 잡을 때 두 손 놓고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

이때는 ‘참고도2’ 백2로 나가는 최악의 행마가 최선의 한 수가 된다. 귀를 잡으러 올 때 백은 좀 지저분하지만 6에 웅크려 8로 패를 집어넣는 수가 있고 이때 A의 한 팻감이 말을 하게 되는 것. 41로 씌운 뒤 51까지 잡은 실전은 어떤가. 박영훈 9단은 당장 패를 피하긴 했지만 B의 단수가 너무 아파 백이 좋다고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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