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겹친 은행주 모처럼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금융시장 경색으로 신음하던 은행과 금융주가 모처럼 훨훨 날았다. 14일 거래소 시장에서 대구은행이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은행업종이 7.51% 상승했다. 한국금융지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금융지주사가 몰려 있는 금융업종도 7.13%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폭(6.14%)을 앞질렀다.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 진정책을 내놓자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를 짓누르던 신용경색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이 과했던 만큼 이 문제가 해소되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기대다.

게다가 하루 전 정부가 내놓은 금산분리 완화 방안도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 13일 발표한 정부의 방안은 크게 ▶연기금과 사모투자펀드(PEF)·해외은행의 산업자본 판단 기준 완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 상향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제한 완화로 집약된다. 관심을 모았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는 10%로 정해져 단숨에 은행 인수합병(M&A)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최소한 은행업종의 수급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HMC투자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특히 우리금융과 산업·기업은행 등 정부 보유 은행들과 외환은행의 매각이 다소 수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굿모닝투자증권 박선호 애널리스트는 “비은행지주 전환이 예상되는 삼성·동부·미래에셋 그룹의 금융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모든 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그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쉽게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의 금융지주사가 금융사와 비금융회사를 함께 소유하면 한쪽의 위험이 다른 쪽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회사라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금융 계열사인 GE파이낸셜의 실적 악화로 고생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세계 금융시장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동성 위기와 신용경색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돈을 끌어오는 비용은 급증하는데 대출을 받아간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대손충당금이 늘어 올해와 내년 순이익 예상치가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은행주 랠리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