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최우선” … 직장맘, 일처리 우선순위 정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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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학원을 여러 곳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귀가하면 집안일 때문에 숙제까지 봐주기 어려워요. 성적이 계속 떨어지니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아이 챙기라고 해서 속상해요.”

“회사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겨 아이 시험날까지 잊어버렸어요.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고, 우리 애만 뒤처지는 게 아닌지 불안해요.”

아이 키우는 일은 녹록지 않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어렵다. 보호자도 없는 집에 아이만 둘 수도 없고 밖에 나가 안전하게 뛰어놀 공간도 부족하다. 눈치 없이 친구 집에 매일 놀러 보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킨다는 맞벌이 부부들이 적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짠하다. 나 역시 일하는 엄마였기에 일과 자녀교육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겪었다.

직장맘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뭐든 모두 잘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생활·가사·자녀교육 등을 다 잘하는 수퍼우먼이면 좋겠지만 욕심을 부리면 스트레스가 심해 오히려 금방 지친다. 그러니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자. 내가 꼭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일을 정하는 것이다. 내 경우엔 빨래·청소 등 집안일은 잠시 미루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책을 함께 읽고 한 번이라도 눈을 더 마주쳐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 피곤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지 않고 딸 솔빛이와 도서관에 가거나 산과 들로 나들이를 갔다. 집안이 어수선하다고 큰일 나진 않는다. 남의 손을 빌려 가사도 해결했다. 대신 자녀교육만큼은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수학 문제를 함께 풀어보고, 영어 비디오를 함께 보려고 노력했다.

솔빛이가 엄마 없는 시간을 잘 보내게 하려고 자주 의논하며 해결책을 찾았다. 솔빛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배우거나 방과후 활동을 잘 활용해 취미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숙제는 엄마 오기 전에 스스로 해결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됐던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아이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생긴 것이다.

솔빛이가 초등학교 다닐 땐 학교 도서관이 없었다. 요즘은 학교 도서관도 있고, 어린이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도 개방돼 있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 과제물을 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생에서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직장맘들의 현명함이 필요하다.

이남수 『솔빛엄마의 부모 내공 키우기』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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