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결국 인터넷 기반 옮겨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초대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터넷(IP)TV 사업을 이른 시일 내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10일 출범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의 김인규(58·사진)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협회에는 IPTV 등 뉴미디어 산업과 관련있는 통신·방송·인터넷·장비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방송·통신업계 간 의견 조율과 신뢰 형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IPTV 사업자들과 지상파방송 3사 간의 콘텐트 제공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KT와 MBC가 각각 통신·방송업계를 대표해 협상을 해 왔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 최근 MBC 측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문제를 들고 나왔다. 방송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의 기준을 ‘자산 규모 3조원 이하’에서 ‘10조원 이하’로 완화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콘텐트 제공 협상에 나선 개별 방송사와 IPTV 사업자가 논할 주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IPTV 사업자에 콘텐트를 판매하는 것은 시청 점유율 및 광고 수입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 만큼 (양측 간 협상이) 머잖아 타결되리라 본다.”

-MBC와 KT 간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IPTV 서비스 상용화 시기도 늦어지나.

“일단 이달 중 서비스는 어렵다. 다음 달에야 시작할 가능성이 크며, 특정 방송사와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엔 그 외 방송사들부터 먼저 (IPTV 사업에) 참여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

-방송과 통신산업 간 신뢰에 문제가 있나.

“통신 쪽에선 방송업계가 콘텐트 제작 능력을 무기 삼아 (자신들을) 좀 내려본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반대로 방송 측에는 피땀 흘려 제작한 콘텐트를 거대 기업인 통신업체들이 거저 가져가려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IPTV 사업이 지상파방송사들에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나는 2001~2003년 KBS 뉴미디어본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방송은 결국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방송사들이 3년 전에라도 영국의 ‘프리뷰’ 같은 무료 다채널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지금 우리나라 방송산업 지형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를 놓친 만큼 새롭게 등장한 IPTV 서비스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콘텐트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프리뷰는 BBC 등 영국 지상파방송사들이 위성방송 B스카이B와 손잡고 2002년 시작한 서비스로, 시청자들은 약 20파운드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신기를 구입해 30개 이상의 디지털 채널을 무료 시청할 수 있다.)

-방송·통신업체는 물론 독립제작사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협회에 참여하고 있다. 관할 영역이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닌가.

“처음엔 IPTV협회로 가려 했다. 하지만 와이브로(휴대인터넷)·모바일 IPTV 등 방송·통신 융합을 통한 뉴미디어산업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IPTV만 따로 떼어 다루기란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새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따로 조직을 만들 순 없지 않은가.”

이나리 기자

◆김인규 회장=1973년 KBS 공채 1기로 입사해 정치부장·워싱턴특파원·보도국장·뉴미디어본부장을 거쳤다. 언론학 박사로, 현재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발전전략실장을 지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