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성업소 불경기에 공비.보복협박 겹쳐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고급 룸살롱이 숲을 이루고 있는 서울강남구역삼동 유흥가의 H룸살롱.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저녁마다 20여개의 방이 손님들로 모두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던 이 룸살롱이 최근 불경기에다 공비출현 여파로 찬서리를 맞고 있다.사회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매상이 절반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마담 黃모(34.여)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예약하지 않고는룸을 구하지 못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텅 비어있는 상태』라며 『무장공비 출현이후 북한의 보복설 때문인지 손님이 줄었고 찾아온손님들도 오후10시 이전에 귀가한다』고 한숨지 었다.
부근 20여개 룸살롱도 형편은 마찬가지로 예년같으면 가을대목철이지만 올해는 손님이 줄면서 종업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업소도생겨났다.항상 테이블이 만원이었던 서울강남 특급호텔 가라오케와나이트클럽도 매상이 절반이하로 떨어져 울상이 다.
불경기에 이은 「안보불황」을 겪고 있는 곳은 비단 유흥가뿐만이 아니다.백화점.골프장.수입차 대리점등 주로 중산층이 고객인분야가 전전긍긍이다.
백화점업계는 이달 중순께 시작되는 세일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얼어붙은 구매심리가 풀릴 가능성이 적어 고민이다.불안한 사회심리 영향으로 생활용품.식품등 필수품 이외엔 기대하기 어렵다는게백화점측의 전망이다.
서울 그랜드백화점 판촉실 최석순(崔碩洵.33)계장은 『세일을앞두고 대북 긴장도가 높아져 매출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이라며 『다양한 판촉행사를 마련중이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킬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수입자동차 대리점이나 고급 가구점들도 마찬가지.
강남구삼성동 S수입자동차 대리점 동근태(董根太.30)대리는 『지난달 중순이후 계약이 평소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뒤 북한의 보복설 이후엔 매장을 찾는 손님이 더욱 뜸해졌고 계약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강남구논현동 수입가 구거리는 결혼시즌을 맞아 최근 30~50%까지 세일을 했는데도 고객이 줄어 상반기보다 오히려 매출이 20% 감소했다.이에대해 연세대 김호기(金晧起)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너무 극단적으로 흐르지만않는다면 과거의 사재기등 행태를 벗어 나 우리사회가 안정적이고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양지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