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인·유청·락토페린…‘멜라민 파동’에 유명해진 이름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호 15면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난데없이 우유가 구설에 올랐다. 소비자들은 우유 성분이 포함된 모든 가공식품에 ‘혹시 멜라민이…’ 하면서 눈을 흘긴다. 카세인·유청·락토페린 등 이름조차 생소한 우유 성분까지 예의 주시한다. 우유 단백질 대신 멜라민을 넣은 중국의 악덕 업자가 ‘나쁜 놈’이지 우유와 멜라민은 죄가 없다.

우유는 88%가 물이다. 나머지 12% 덕분에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통한다. 우유 한 잔이면 양질의 탄수화물·단백질·지방·칼슘 등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우유에서 물 다음으로 많은 성분은 유당(4.5∼5%, 탄수화물)이다. 포도당과 갈락토스가 만나면 유당이 된다. 유당은 변비를 막고 변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일부 변비 해소용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식품에 유당이 들어가는 건 이 때문이다.

동양인의 85%는 유당을 잘 분해하지 못한다. 이를 유당불내증이라 한다. 이런 사람은 우유를 마시면 설사·복통·복부 팽만감 등을 일으키므로 유당 분해우유(락토우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우유의 3.2%는 유단백질이다. 유단백질은 크게 카세인(casein)과 유청(whey)으로 나눌 수 있다. 우유에 응고 효소를 가하면 밑에 가라앉는 것이 카세인, 가라앉지 않고 미황색의 물처럼 보이는 것이 유청이다. 카세인 덩이가 바로 치즈다.

우유의 카세인 대 유청의 비율은 대략 8대2다. 그러나 모유에선 이 비율이 4대6으로 역전된다. 분유는 모유와 같은 비율로 조제된다. 카세인은 치즈나 조제분유에 주로 사용되며 식품첨가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우유의 단백질은 다양한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어 단백가(價)가 높은 질 좋은 단백질로 통한다. 특히 유청엔 발린·루신·이소루신 등 우리 몸이 근육을 쓸 때 많이 사용되는 3대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보디빌더나 운동선수용 건강기능식품에 유청이 첨가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해서 유명해진 락토페린도 유단백질의 하나다. 사람이나 젖소의 초유에 함유돼 있으며 대장균·유해세균 등의 증식을 억제한다. 그래서 조제분유 등에 면역증강물질로 소량 첨가된다. 우유엔 1L당 50㎎가량 들어 있다. 우유에는 이 밖에도 면역글로불린·뮤신 등 건강에 유익한 단백질이 들어 있다.

우유의 지방(유지방)은 우유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을 준다. 일반 우유의 지방 함량은 3.4∼3.7%(저지방우유는 2%)로 단백질 함량보다 약간 높다. 소는 겨울에 가장 유지방이 높은 원유를 생산하며, 여름에 짠 원유의 유지방 함량이 가장 낮다.

유지방 전체의 98%는 중성지방이고 2%는 레시틴이다. 레시틴은 인지기능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치매 예방용 건강기능식품으로 이용된다. 두뇌 건강용 기능식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포스파티딜세린·포스파티딜콜린도 레시틴 성분이다.

우유 함유 성분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칼슘이다. 우유의 칼슘 함량은 우유 100mL당 105㎎가량. 같은 무게의 멸치(잔멸치 902㎎, 큰 멸치 1905㎎)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다. 그래도 우유를 ‘칼슘의 왕’이라 부르는 것은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데다 우유 속의 칼슘이 체내에서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한국영양학회는 ‘한국인을 위한 10가지 영양 지침’ 중 하나로 “우유를 매일 마시자”를 선정했다. 우유는 뼈와 치아 건강 유지, 골다공증 예방은 물론 위궤양·위염·간장질환·당뇨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도 권장되는 식품이다. 약점도 있다. 완전식품이라고는 하지만 비타민 B1·C·D와 철분의 함량은 낮다.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미국 등 서구에서 최고의 골다공증 유병률을 보이는 것도 아이러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