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가족사랑은 ‘이벤트’가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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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북리뷰 커버스토리 원고를 청탁한 것은 3주 전이었습니다. 물론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기획이었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효도의 대상을 잃어버린 노학자의 절절한 부모 사랑과 신체 장애를 타고난 자식을 둔 부모의 내리사랑을 통해 각박해진 현대인의 심성을 잠시나마 촉촉하게 적시겠다는 뜻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5월로 들어서면서 가족을 소재로 한 책이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예년에도 이맘때면 그런 책이 많이 출간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유독 더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족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요.

『아들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그레고리 랭·나무생각),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이민정·김영사), 『아이는 행동으로 말한다』(앤드라이 클리포드 외·가야넷), 『밥은 먹었니?』(주호창·샘터) 등 제목만으로도 호소력을 지니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행동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들어 있다거나, 부모의 역할도 배워야 한다는 등의 내용 또한 알찹니다.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그만큼 ‘산고’가 더 컸으리라 생각하니 훌륭한 책들을 비중있게 다루지 못한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분산되어 나왔다면 모두 북리뷰의 주목을 받았을 책들입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가족사랑이 어디 5월만의 ‘이벤트’인가 말입니다. 가족사랑은 생활이고 삶입니다. 자식과 손자를 키우며 32년간 육아일기를 써 온 『밥은 먹었니?』의 주호창씨도 “아버지의 역할은 이론이 아닌 생활이며 누구나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정말로 쉬운 일이 된다”고 합니다. 가족사랑은 생활이라는 주씨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책을 한번 잡아 보시지요. 그리고 따뜻한 가족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은 연중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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