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7단(한국) ●·저우루이양 5단(중국)
기습을 받은 이영구가 14,16으로 귀에 힘을 비축한 뒤 18로 끊는다. 여기서 18의 절단에 주목해야 하는데 만약 흑이 이곳을 이어버리면 그 두터움은 사해를 지배하게 되고 백은 시종일관 허덕이게 된다. 첨예한 전투가 시작된 이상 지금은 빈 귀나 집 따위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관전하던 박영훈 9단이 “사라진 옛날 정석이 나왔네” 하며 모니터를 본다. 무궁무진한 변화를 내포한 이 정석에서 24는 빼놓을 수 없는 한 수. 가령 ‘참고도1’ 백1로 그냥 뛰었다가는 흑2를 당하는 순간 바둑이 거의 끝난다. 3으로 받아도 귀가 한 수로 잡히기 때문에 6 정도로 연결만 해도 선수를 잡고 판을 지배하게 된다.
대신 24에 흑이 ‘참고도2’처럼 받아주면 귀는 한 수로 잡히지 않고 외려 백이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서 25는 당연한 수인데….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