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쏟아지는‘브랜드 쌀’… 윤기나는 가을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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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추석이 한 달가량 지난 지금 햅쌀 수확이 한창이다. 국내 쌀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만생종’은 10월 초~10월 말 출하된다. 쌀의 일생은 양곡 연도로 셈한다. 사람은 한 해를 1월부터 12월로 정하고 있지만, 양곡 연도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를 한 해로 본다. 보통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소진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지금 수확한 쌀은 내년 이맘때까지 ‘햅쌀’ 대접을 받는 것이다.

요즘은 쌀도 브랜드 시대다. 브랜드가 다양하고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쌀을 살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쌀 브랜드는 농협 쌀만 대략 538개이고, 민간 브랜드까지 더하면 1000여 개에 이른다. 가격은 같은 중량 기준으로 두 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밥맛이 거기서 거기지’ 하고 가장 싼 쌀을 집어 드는 고객도 있고, ‘괜히 비싸겠어’ 하고 고가의 쌀을 사는 경우도 봤다. 맛있는 쌀을 고르는 방법을 알아보자.

◆도정 날짜를 살펴라=쌀 포장에는 품질 표시 항목이 있다. 여기에는 생산 연도·중량·품종·원산지·도정 일자를 쓴다.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생산 연도와 도정 일자다. 생산 연도로는 햅쌀인지, 묵은 쌀인지를 판별한다. 도정 일자는 신선도와 관계가 깊다. 쌀은 도정한 뒤 30일쯤까지 밥맛이 가장 좋다. 쌀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에 도정 후 30일이 지나면 수분이 날아가는 등 서서히 변질이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밥맛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도정 일자는 가까울수록 좋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가능한 한 도정 일자가 30일 이내인 상품을 고른다. 4월부터 8월에 쌀을 구매할 때는 도정 일자가 15일 이내인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해 도정 후 더 빨리 변질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봄·여름에는 가을·겨울보다 소포장 상품을 고르는 것도 밥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성분을 확인하라=올 2월부터 쌀 성분·품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품질표시에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이 개선됐다. 쌀의 ▶단백질 함량 ▶완전립 비율 ▶품종 순도 세 가지 항목을 표기하도록 했다. 이는 의무 표시 사항은 아니다. 쌀의 품질이 보통 기준보다 좋은 경우, 즉 고품질 쌀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돕기 위한 것이다. 세 항목은 각각 세 단위로 구별된다. 단백질 함량은 ▶6.0% 이하 ▶6.1~6.5% ▶6.6% 이상으로 나뉜다.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좋은 쌀이다. 완전립은 쌀알이 깨지지 않고 모양이 변형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포장당 완전립의 비율을 ▶96% 이상 ▶93.0~95.9% ▶92.9% 이하로 구분한다. 완전립 비율이 높을수록 밥맛이 좋다. 수분 증발이 안 되며 영양성분의 훼손도 덜하기 때문이다. 품종 순도 표시는 ▶90% 이상 ▶85~90% ▶84% 이하로 나뉜다. 품종 순도는 높을수록 품종 고유의 밥맛을 느낄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하라=쌀 포장지의 투명창을 통해 보면 육안으로 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쌀알 모양은 타원형이고, 깨진 쌀알이 많이 안 보이는 게 좋다. 쌀에 검은색 점이 있거나 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것은 피한다. 속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쌀이 좋은 쌀이다. 불투명한 흰색은 쌀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이다. 쌀은 서늘하고 바람이 통하며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한여름 날씨가 상당히 더울 때는 냉장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협이나 민간 저장시설에서 장기 보관하는 온도는 섭씨 17~18도쯤이다.

정대훈 농협유통 양곡담당 MD
정리=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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