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사진 공모전' 9월 수상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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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짙푸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가을입니다. 더구나 그 하늘에서 거침없이 내려 쬐는 태양 빛은 세상을 고화질 TV처럼 선명하게 만듭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 형형색색으로 농익은 과일들은 물론 수확을 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조차 유난히 맑고 깨끗하게 보입니다. 이처럼 선명하며 맑고 깨끗하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행복한 가을입니다.

9월의 1등으로 최승관님의 ‘철탑을 쌓는 사람들’(▶작품보기)이 선정되었습니다. 최승관님은 바벨탑처럼 하늘로 쌓는 철탑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메라에 담아서 응모했습니다. 보내 온 5장 모두 사진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만 게 중 마지막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노을 물든 하늘에 손톱 같은 초생 달이 떠오르자 까마득히 철탑을 쌓던 노동자는 하늘 계단을 내려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인데다 온종일 그 과정을 담은 열정이 놀랍습니다.

2등으로는 김기현님의 ‘한 장의 사진을 위하여’(▶작품보기)와 유향미님의 ‘희망의 일터’(▶작품보기)를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한 장의 사진을 위하여’는 사진에 찍힌 피사체가 사진기자 인듯합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포크레인에 오른 열정의 순간을 잘 포착했습니다. 피사체인 사진 기자가 포크레인에 오른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또 다른 세상을 보기위한 것입니다. 비록 2~3미터의 높이를 오른 것이지만 그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 만의 또 다른 세상입니다.

‘희망의 일터’는 제목처럼 희망이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는 노동의 현장과 어울린 비둘기들의 나래 짓이 바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을 기다린 보람이 사진에 가득 배었습니다.

3등으로는 박상웅님의 ‘소나기’(▶작품보기)와 유형전님의 ‘꼬막 작업’(▶작품보기)과 한상길님의 ‘주차 도우미’(▶작품보기)를 뽑았습니다.

‘소나기’는 쨍쨍한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빗줄기와 파라솔의 대비가 돋보입니다만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이나 동작의 메시지가 약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꼬막 작업’은 구도와 피사체의 표정이 메시지를 적절히 잘 표현했습니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먼저 듭니다. 이는 뛰어난 완성도에 비해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 탓입니다.
‘주차 도우미’는 처음 본 순간 이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앵글과 대비가 돋보입니다. 다만 첫 눈에 사진의 메시지가 확인되지 않은 아쉬움은 뭘까요? 심사를 하는 저 또한 오래기억하며 그 답을 찾아 봐야겠습니다.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너무 뛰어난 사진들이 많습니다. 공모전의 수준이 높아져서 흐뭇합니다만 한편으론 선택되지 못한 분들에게 더더욱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고맙다는 인사로만 죄송함을 전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심사는 주기중 영상에디터와 김진원 조인스 콘텐트본부장과 함께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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