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이저리그 LA다저스 박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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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애써 태연한 척 하려했지만 가슴은 콩알만해져 있었어요.타자들을 쳐다보면서 씩 웃어주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라고요.게다가 날씨는 얼마나 추운지….』 지난 4월7일.90년 국내야구의 역사가 바뀌었다.메이저리그 첫 승리.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걸어온 박찬호(23.LA 다저스)는 미국진출 2년만에 올린 쾌거에 한없이 들떠있었다.
분명 쾌거였다.1905년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국내에 야구가들어온지 91년.홀몸으로 태평양을 건넌 「청년」 박찬호에 의해미국야구가 정복됐다.주전 라몬 마르티네스의 뜻하지 않은 부상에힘입은 구원등판.바람이 많기로 소문난 시카고 커브스의 리글리필드는 그날따라 추웠다.박은 손을 불어대며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때마침 AFKN을 통해 생중계된 경기여서 일요일 새벽을맞는 국내 야구팬들의 가슴을 한껏 부풀게 했다.
첫승을 따낸 박은 5일뒤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5이닝을 무실점으로 쾌투,2연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확실한 신고식을 했다.
박은 또 7월 나이키사와 총액 30억원규모의 광고계약에 사인,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쥐는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내년 박의 예상연봉은 30만~50만달러(약 2억4천만~4억원)정도.지난 93년 12월31일 LA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가슴에 새긴 「목표 2백억원」을 향해 착실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에서의 투구라는 또하나의 역사를 앞두고 있는 박은 11월 국내귀국 일정을 포기한채 도미니카로 향한다.달콤한 휴식보다는 윈터리그에 땀을 투자,「장미빛 내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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