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시모무라·챌피·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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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해 노벨 화학상은 녹색형광단백질(GFP)을 해파리에서 발견하거나, 그 활용 방법을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형광단백질은 동물의 유전자 조작과 유전자의 체내 움직임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스웨덴 왕립한림원의 노벨 화학상 수상위원회는 미국 해양생물연구소의 시모무라 오사무(80) 박사와 미국 컬럼비아대의 마틴 챌피(61) 박사, 미국 UC샌디에이고의 로저 첸(56) 박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시모무라 박사는 일본 나고야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세 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휩쓴 데 이어 화학상에서도 한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녹색형광단백질은 자외선을 비추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현대 세포 생물학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유전자 조작 동식물을 개발할 경우 유전자 조작이 잘됐는지 안 됐는지를 파악하게 하는 표지 유전자 역할을 한다. 또 뇌 신경세포가 어떻게 자라는지, 암 세포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전이 암 세포를 추적할 경우를 보자. 암 세포에 형광단백질을 꼬리표처럼 붙여 놓고, 그 형광단백질이 퍼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암 세포의 전이 방향이나 크기·속도를 알 수 있다. 이 단백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몸 속에 있는 수만 개의 유전자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육안으로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개발된 형광 고양이나 닭도 이 단백질을 이용한 것이다.

시모무라 박사는 1962년 해파리에서 녹색형광단백질을 처음 발견해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자외선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단백질이 발견된 것은 형광단백질이 처음이었다.

챌피 박사는 형광단백질을 꼬마 선충이라는 동물 유전자에 꼬리표 유전자로 집어 넣어 실험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형광단백질의 활용에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첸 박사는 형광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으로 형광의 색이 다양하게 나오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유전자의 몸 속 움직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수상자에게는 1000만 크로네(약 18억원)가 주어져 3분 1씩 돌아간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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