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8 3분기 펀드 평가] 해외 펀드 수익률 톱10 중 9개가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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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수익률 톱10 펀드 가운데 9개가 인도 관련 펀드였다. 3분기 인도 센섹스 지수는 4.5% 하락하는 데 그쳐, 중국(-16.2%)·일본(-16.5%)·브라질(-23.8)·러시아(-47.4)에 비해 낙폭이 적었다.

인도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프랭클린인디아플러스주식형자-A펀드가 수익을 낸 비결은 환헤지를 하지 않은 데 있었다. 6월 말 달러당 1046원이었던 환율은 9월 말 1206.9원으로 치솟았다. 3분기에만 15% 넘게 올랐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덕분에 원-달러 환율이 오른 만큼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같은 인도에 투자한 ‘KB인디아주식형자(Class-A)’는 환헤지를 하는 바람에 원금을 8% 까먹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3분기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 대부분 환차익 덕을 봤다. ‘PCAChinaDragonAShare주식A-1ClassA’는 중국 A증시에 투자하지만 환차익 때문에 시장하락률(-16%)의 3분의 1 수준으로 펀드 수익률(-6.1%)을 방어했다. 결과적으로 3분기 해외펀드의 성과를 가른 것은 투자 지역이 아니라 환헤지 여부였다.


그렇다고 해외펀드는 무조건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게 나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당연한 추세로 여기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달러 약세가 지속됐다. 대신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다만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면 해당 투자 국가의 증시 상황과 환율 변동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펀드 시장의 효자 노릇을 한 러시아·브라질 펀드는 ‘미운 오리 새끼’ 신세로 전락했다. ‘JP모간러시아주식펀드’ ‘우리CS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펀드’ 등 러시아 펀드는 3개월 새 원금이 반토막 났다. 단일 국가 펀드보다는 위험이 덜할 거라고 예상한 러·브(러시아·브라질) 펀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품 가격 급락에 두 국가의 증시가 동시에 휘청거린 탓이다. ‘SH더드림러브주식자1(A클래스)’은 3분기 원금의 절반을 까먹었다.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한 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 역시 3분기에는 맥을 못 췄다. 상반기에는 생산 및 소비국(중국·인도)과 원자재 부국(브라질·러시아) 증시가 상호 보완하며 수익률을 방어했다. 그러나 3분기 들어서 경기침체 우려에 러시아·브라질 증시마저 무너지자 브릭스 펀드의 분산투자 효과가 희석됐다. 순자산액만 7조원에 육박하는 ‘슈로더브릭스주식형펀드’는 3분기 -3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장은 신흥시장 국가 간에 차별성을 두기보다는 그냥 신흥시장으로 묶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은 브릭스 국가 간의 증시 동조화로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혼합형 펀드 가운데서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6월 말 바닥을 찍은 증시가 이후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펀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1, 2’ 등은 3분기 20%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들 펀드도 연초 이후로 따지면 원금의 3분의 1을 까먹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한 달 새 4조원 넘게 몰려 화제가 됐던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펀드’는 3분기에도 부진한 성과(-23%)를 이어갔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서는 3분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대글로벌인플레이션연계채권자1C 2펀드’가 0.74%의 수익을 거두며 선전했다.

증권팀 = 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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