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분유파동,식품위생향상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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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성학자로서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준 분유내의 디옥틸프탈레이트(DOP).디브틸프탈레이트(DBP)잔류 사건을 보면서 식품위생과 연관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유해성」과 「유익성」의 균형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한다.현대 독성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독성이 있다』고 천명했다.이 말은 사람을 비롯한 생물에 많은 양의 물질이 노출되면 독성을 보일 소지가 있음 을 의미한다.예를 들면 비타민A는 생체에 미량씩 필요한 중요한 영양물질이지만과량을 일시에 복용하면 심각한 위장관장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식품이 유해성 물질에 오염돼 있을 경우 오염된 정도와 섭취기간이 독성 여부를 가리는 중 요한 척도가 된다.
팔당취수원에서는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하지만 팔당취수원의 물을 그대로 가정에 공급하지는 않고 염소류 등을 사용해살균한다.살균 후에는 극소량의 유해물질이 생기는데 이들 물질을실험동물에 다량,그리고 장기간 투여하면 암이 유발된다.우리는 여기서 기본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이와 같이 생산되는 극미량의 암을 유발시키는 물질 때문에 수돗물을 만들지 말고 그냥 팔당취수원의 물을 마셔야 하는가.소독을 안하고 마셨을 경우는 어떠한가.아마도 운이 나쁠 경우에 는 콜레라와 같은 전염성질환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이런 경우 우리는 어느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유해성과 유익성을 개개인이 판단해야 한다면 대단한 혼돈을 초래할 것이다.따라서 독성학자와 정부기관에서는 유익성과 유해성을 평가해 소비자인 국민의 판단을 돕고 있다.개인에 따라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으나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이번에 발생한 분유내 DOP.DBP의 유해 여부 논란도 이와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물론 이들 물질이 유해할 수 있음을 독성학자로서 전혀 부인하지 않으나 문제시된 DOP의 경우 설치류(흰쥐와 생쥐)에서는 발암성이 인 정되지만 사람과 비교적 가까운 원숭이류에서는 발암성이 있다는 증거가 희박하다.또한 분유중의 오염된 정도는 사람이 평생토록 섭취하더라도무해하다고 인정되는 수준 이하다.그러나 DOP나 DBP는 유익성은 없고 유해 가능성만 있는 물질이 기 때문에 이들이 식품에일절 함유되지 않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개선 가능하리라 믿는다.어쨌든 이번 사건을 우유의 위생적인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본부를 설치하고 1백대 주요 식품을 선정해 의욕적으로 식품위생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그러나사람이나 생물체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은 30만여종 이상이 있고 각종 병원성 미생물까지 합 치면 안전본부의 업무는 실로 막대하다.앞으로 청으로 승격시켜 점진적으로 충분한 시설과 전문가를 공급해 주는등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조명행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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