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D-27 매케인 ‘반전 드라마’ 보여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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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민주·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2차 TV토론회가 7일 오후(한국시간 8일 오전)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다. 지난달 26일 미시시피 대학에서 벌어진 1차 토론에선 오바마가 우세를 보인 걸로 나타난 만큼 매케인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가 주목된다.

2차 토론회는 NBC방송 앵커인 톰 브로코의 사회로 90분간 실시된다.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선 1960년 미 대선 TV토론 개시 이래 48년 만에 처음으로 후보가 유권자의 질문을 받게 된다. 금융위기가 악화 일로인 상황에서 유권자는 공격적이고 거친 질문을 던질 걸로 예상된다. 오바마나 매케인이 이에 쩔쩔매면 지지율은 바로 영향받을 수도 있다.

토론회에 대한 압박감은 매케인 쪽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매케인의 전국 지지율이 급락해 있고, 다수 경합 지역 분위기도 나빠지는 상황에서 토론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케인이 이번에도 판정패할 경우 오바마의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건 더욱 어렵게 된다. 매케인은 토론에서 상당히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전망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은 6일 “매케인이 장갑을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인도 뉴멕시코 유세에서 “오바마가 정말 변화를 약속한 사람이냐, 아니면 워싱턴의 잘못을 모두 답습한 정치인이냐? …. 유권자는 투표 전에 진짜 오바마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일린은 플로리다 유세에서 “오바마는 자기 나라를 테러 대상으로 삼았던 테러리스트와 함께 일했을 정도로 미국을 결함 있는 나라로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백인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던 흑인 목사 제레미야 라이트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소름 끼치는 발언을 했던 라이트와 오바마의 관계가 왜 거론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라이트는 오바마를 기독교인으로 인도하는 등 정신적 스승 역할을 했으나 오바마는 당 경선 과정에서 그가 과격한 발언을 하자 절연했다.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 측의 공세를 “경제위기에 쏠린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려는 술수”라고 비판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1989∼91년 매케인이 연루됐던 ‘키팅 파이브’ 스캔들에 대한 동영상을 e-메일 등을 통해 전파하고 나선 것이다.

‘키팅 파이브’는 대부업자 찰스 키팅이 운영한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매케인 등 5명의 의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키팅의 ‘링컨 저축대부조합’은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파산했으며, 키팅은 사기 혐의로 수감됐다. 매케인은 그때 “키팅을 대변한 건 잘못된 일”이라는 상원 윤리위의 지적을 받았으며, 자신도 실수를 인정했다. 오바마 측이 이 사건을 거론한 건 “매케인의 그런 판단력으론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매케인이 가장 아파하는 게 경제위기 문제이므로 오바마가 토론회에서 이 얘기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나치게 거친 공세를 펼 것 같지는 않다는 게 AP통신 등의 관측이다. 일단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네거티브에 치중하기보다는 성숙한 면모를 과시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란 얘기다.

오바마는 6일 공개된 CNN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매케인(45%)을 비교적 크게 앞섰다. CNN은 “9월 중순의 격차 4%포인트가 두 배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오바마가 매케인을 8%포인트 차로 눌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조인스닷컴은 USA중앙일보·JBC 중앙방송과 함께 미국 대선 후보 2차 토론회를 한국어로 동시통역해 생방송 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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