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남자] 아토피 피부엔 화장수 만들어 살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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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금 나갈 거야? 안 나갈 거야?"

"응, 나갈 거야. 네가 인라인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했잖아."

"그럼, 짱구로션 발라야지!"

다향이가 쪼르르 거실로 달려갑니다.

"아빠! 지금 나갈 거야? 안 나갈 거야?"

"이제 엄마 오시면 저녁 먹고 자야지."

"알았어, 아빠. 레몬 바를게."

다향이가 냉장고 문을 열고 작은 용기를 꺼내듭니다. 밖에서 놀던 다향이가 집으로 돌아와 하는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옷을 벗고 세수한 뒤 발을 씻지요. 그 다음에는 로션을 바르고 제 스스로 코에 죽염수를 넣습니다.

다향이가 얼굴에 바르는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린이 로션과 내가 레몬과 청주를 이용해 만든 화장수(化粧水)가 그것이지요. 다향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에는 발라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는데요, 지금은 조금 컸다고 제가 정한 원칙을 고수합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짱구로션을 바르고, 집안에서 놀 때는 화장수를 바른다는 게 그것입니다.

요즘은 두집 건너 한집 꼴로 아토피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제 이웃에만 해도 연우.한경이.소연이.주희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으며, 그 엄마들은 아이들을 고쳐주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합니다. 그중 하나로 제가 얻어들은 것이 천연스킨과 천연로션입니다.

천연스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레몬과 청주가 필요한데요, 우선 식초를 희석한 물에 레몬을 담가둡니다. 그렇게 해서 레몬에 남아있을 수 있는 농약성분을 없앤 다음 레몬을 으깨거나 얇게 썹니다. 그것을 유리병 같은 데 담고 레몬이 찰랑찰랑 잠기도록 청주를 붓습니다.

그 다음 용기를 밀봉한 뒤 해가 들지 않는 그늘에서 열흘쯤 숙성시키면 됩니다. 숙성이 다 됐으면 건더기를 걸러내고 남은 용액을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사용하면 됩니다.

천연로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이상의 녹즙과 올리브유가 필요한데요, 그것을 1대 1의 비율로 섞어 바르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천연로션을 한번 만들어보고 더 이상은 만들지 않습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다향이한테는 아토피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까요.

천연스킨과 천연로션을 지칭하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나는 그것을 통틀어 그냥 화장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천연스킨을 판매하는 곳도 더러 있는데 가격이 1만8000원에서 2만2000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게 되면 재료비 4000원으로 180㎖ 용량의 화장수 두병을 얻을 수가 있지요.

레몬으로 헤어 스프레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레몬을 으깨거나 썰어 푹 삶는 것입니다. 그것을 식힌 다음 분무기에 넣고 사용하면 훌륭한 헤어 스프레이가 됩니다. 이 얘기를 해주면 곤충이나 벌레들이 달려들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레몬에는 당분이 전혀 없거든요.

오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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