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추어탕으로 유명 '남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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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초현대식 외관을 자랑하는 서울강남 포스코빌딩 뒤편으로는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처마를 맞댄 먹자골목이 펼쳐진다.
그 중에 한 집,할머니 얼굴을 담은 간판이 시선을 끈다.남원관이다. 『음식맛은 손끝에서 나오는 게 아냐.미꾸리를 잘 사야지.주인이 돈 아끼지 말고 마늘이니 생강이니 재료를 최고급을써야 맛이 나지.그러곤 정성인디,하루에 2백그릇 남짓 끓이다보니 미안시려.』 손맛에 대한 신화(神話)를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는 김연현할머니가 바로 간판의 주인공.
사장은 따로 있지만 할머니의 목청이 그 못지 않은 것은 고향남원에서 배운대로 평생 이곳저곳에서 추어탕을 끓여온 그의 솜씨가 이 집을 「남원관」이게 하는 까닭이다.
나이를 생각해 주방일을 그만둔 게 지난해지만 먼 일가친척뻘 되는 이 집 주인의 간곡한 청에 다시 지난 5월 개업때부터 현역복귀,칠순의 나이에도 매일 새벽장에서 재료 고르는 일부터 미꾸라지 걸러내는 일까지 직접 맡아하고 있다.
같은 추어탕이라도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 걸쭉하게 끓여내는 것,산 미꾸라지와 두부를 같이 솥에 넣고 끓여 두부 사이로 들어가 익은 미꾸라지를 숭숭 썰어내는 것 다 다르지만 이 집 추어탕은 뽀얗고 말간 것이 거의 우거지국 수준.푹 곤 미꾸라지를눈알따위 다 빼고 천에 걸러내서 끓이는 방법을 쓰기 때문이다.
한 그릇 먹고나면 땀이 흐르고 훈훈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미꾸라지 형체는 따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도 소개하기 알맞다.
추어탕 외에 저녁시간 술꾼들이라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미꾸라지 숙회(熟膾).서울에선 하는 곳이 드물뿐더러 살짝 데쳐낸 미꾸라지에 갖은 야채와 우렁이를 넣고 초고추장에 맵싸하게 무쳐낸 것이 소주안주로 제격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추어탕전문점을 개업,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 집 주인과 열 명 남짓한 종업원들은 모두 이래저래 일가친척 관계.덕분에 서비스에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묻어난다.
짧은 점심시간에 손님이 밀어닥쳐 복작복작하는 분위기는 평범한회사앞 음식점 그대로.다만 주방이 좁은 탓인지 식당바닥에 야채를 늘어놓고 다듬는 것이나 화장실 입구가 식재료 담은 상자로 어지러운 것은 눈에 거슬린다.
▶서울강남구대치동,대표 조철용((02)553-9888) ▶가격과 식단=추어탕 6천원,숙회 2만5천원,메기매운탕 중짜리 2만5천원.대짜리 3만5천원,추어튀김 2만원 ▶술=소주 2천원,맥주 3천원,프리미엄소주 3천원 ▶영업시간=오전11시~오후10시.매주 일요일은 쉰다.
▶주차장=없음 ▶신용카드=비씨.비자.삼성.엘지.아멕스등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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