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손 전화(휴대전화)' 용천 돕기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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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중국 단둥세관 앞. 한 북한 무역업자가 북한으로 전달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앞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단둥=임장혁 기자]

"지금 용천에 사람을 보내 현장에서 뭐가 가장 필요한지 알아보라."(중국 단둥의 중국동포 무역상)

"아침에 용천에 다녀왔다. 용천은 아직도 난장판이다. 식량.의약품 등이 크게 부족하다"(북한 신의주의 무역성 관계자)

"5.1 노동절 연휴(9일까지) 중인데 물건을 넘기면 받을 수 있겠나."(중국동포 무역상)

"중국 쪽만 넘어온다면 당연히 받을 수 있다."(북한 무역성 관계자)

5일 오전 중국 단둥(丹東) 세관앞.

민간 구호단체의 구호물품 운송을 대행해 주는 중국동포 무역상 K씨는 신의주의 무역성 관계자에게서 용천 상황을 파악하느라 '손 전화'(휴대전화)를 한시도 놓지 못했다.

요즘 단둥의 민간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용천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북한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을 그림 그리듯 파악하고 필요한 구호물품을 제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무역성 관계자나 보위부원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덕이다. 이들의 휴대전화는 중국쪽 무역업자들이 북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의 무역성 관계자나 보위부원들에게 '선물'로 준 것들이 대부분이다. 1분에 20전(약 30원)하는 휴대전화 요금도 중국 업자들이 대준다.

5년째 신의주를 드나들며 무역업을 해왔다는 중국동포 金모씨는 "내가 통화료를 내주는 휴대전화 번호가 6개나 된다"며 "신의주 쪽에 손전화를 가진 사람이 1000명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둥에서 만난 한 신의주 주민은 "당국의 허가 없이 손전화를 사용하다 전파 탐지 차량에 발각되면 옥살이를 해야 된다"며 "들키지 않기 위해 주로 강이나 산에서 통화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는 대부분이 한국산 중고제품이다.

중고품이라도 중국산보다 통화 품질이 좋고 잘 터지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산 휴대전화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이라는 것도 신의주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이동통신 등이 제공하는 유럽형이동전화(GSM)방식은 통화가능 지역이 단둥시내 송신탑을 중심으로 반경 15㎞에 불과한 반면 중국연합통신의 CDMA방식은 반경 30㎞로 넓어 용천에서도 통화할 수 있다.

문제는 방해 전파다. 한 신의주 주민은 "북에서 발생시키는 방해전파 때문에 신의주 시내에서 통화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단둥=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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