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복싱팬 우롱한 '돈킹의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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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람보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하고 감독한 영화 『로키Ⅲ』의 장면이다.10차방어전까지 치르며 탄탄대로를 걷던 헤비급 세계챔피언 로키.
그러나 클러버 랭이라는 복병이 나타난다.로키는 그런 랭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을러대지만 트레이너 미키는 한마디로 『노』다.랭과의 대전을 거부한 것은『랭의 살인펀치로부터 로키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그러자 로키는 『미키가 이제 껏 나를 세계최강으로 속였다』며 자신을 저주한다.
랭과의 방어전을 치른 로키는 형편없이 무너진다.그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던 로키는 새 트레이너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여재기에 나선다.로키의 집념과 끈기는 천하무적 랭과의 재기전을 통해 진가를 발휘,다시 세계타이틀을 되찾는다.
세상에서 가장 주먹센 사나이 마이크 타이슨(30).성폭행.이혼.호화방탕.감옥살이등으로 20대 청춘을 살라버린 타이슨과 WBA챔피언 브루스 셀던간의 대결은 한마디로 세계 프로복싱팬들의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경기장을 가득메운 9천여명의 관중들은 불과 1분49초만에 타이슨의 승리로 끝나자 『사기,사기』를 외치며 억울한듯 야유를 퍼부었다.
머리위를 스치는듯한 타이슨의 펀치에 맞장구치듯 캔버스위로 쓰러진 셀던이나 스스로 「핵주먹」의 위력을 과시(?)했다는 타이슨 모두 『짜고 했다』는 의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국 KBS-2TV도 이날 경기를 녹화중계하는데 12만달러(9천8백만원)를 돈 킹측에 지불해야만 했다.특히 미국전역에는 페이퍼뷰(가정 유료계약)방식으로 중계되는등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렸다.최고 1천달러(82만원)의 입장권을 구해 들어온 관중들,또 수십억 지구촌 시청자들은 한마디로 이들의 화려한 쇼에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세기의 빅매치」라는 과대선전 뒤에 흥행을 노리는 미국상업주의.로키같은 진정한 프로가 아쉬운 이때 선수나 팬들은 하나같이흥행의 마술사 돈 킹의 상업주의 마수에 걸려든 순진한 희생자였을 뿐이다.
김상국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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