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진설명회 왜 혼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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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3일부터 시작되는 북한 나진.선봉(羅津.先鋒)자유경제무역지대의 투자설명회에 우리 기업의 참가가 어려울 전망이다.북한측이우리 참가신청자중 정부관계자를 비롯,보도진과 일부 기업인을 배제하고 선별적으로 초청장을 보내자 정부당국이 참 가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검토 이유로 국제적 약정위반을 들고 있다.희망자에게는 제한없이 참가를 보장하기로 한 나진.선봉 투자설명회를 공동주관하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와의 약정서에도 어긋날 뿐아니라 국제적으로 무례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측으로서는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자기네의 권한이라고 말할수 있을지 모른다.자기네가 필요한 기업은 자기네가 결정한다는 논리로 선별적 결정을 합리화하는 주장을 펼수도 있다.이는 지금까지 남한측 참가를 환영하겠다고 직.간접적으로 공표해 왔던 북한 태도와 어긋나고 있다는데서 설득력을 잃는다.
북한측은 당초 우리기업 1백개든 2백개든 얼마든지 환영한다는뜻을 비쳤었다.특히 투자유치의 중심인물인 김정우(金正宇)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은 『오겠다는 사람은 전부 받아들이겠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그러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참가신청과정과 내용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우선 남한정부 당국이 참가기업을 제한하고 선정했다는 불만,북한당국이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적었다는 불만에 정부관계자가 포함된데 대한 기피 등이 작용한것으로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남북한간의 접촉통로가 막힌 가운데 나진.선봉의 투자를 통한 경제협력의 숨통을 기대하던 차에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북한으로서는 실질적으로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인 남한과의 협력을 그같은 방법으로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정부도 비록 북한이 약속위반을 했지만 자그마한 접촉기회도살린다는 남북화합의 대국적 차원에서 투자설명회 참가가 이뤄지는방향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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