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현대판 '귀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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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입학금이 2만달러(약 2400만원)고 수업료는 월 2100달러다. 학생 수 80여명이지만 엄선된 교사 35명이 밀착수업을 하고 전문가 10여명이 각종 과외활동을 지도한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고급 사립학교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정치.경제.문화 등 각계 고위층 인사 자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현대판 귀족학교 얘기다. 이 학교는 초.중.고 9년 과정으로 러시아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신변안전을 이유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학교의 실상이 최근 한 현지 언론의 잠입 취재로 공개됐다.

이 학교는 모스크바 서쪽 교외 보호림 속에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의 일반 학교들과 달리 이곳에선 연 9개월이 아니라 10개월 동안 수업이 진행된다. 9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다. 하루 일과도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오후 6시까지 계속된다. 원할 경우 학교 기숙사에서 지낼 수도 있다. 토요일에도 체육이나 지능계발 놀이 등 보충수업을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모들의 사정을 고려, 학생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대한 늘린 것이다. 수업은 일반 교과목 외에 3개 외국어를 필수로 하고 있다. 영어는 1학년부터 영국인이 직접 지도한다.

모든 궁금증은 교사의 개별 지도를 받으며 학교에서 해결한다. 집으로 가져가는 숙제는 없다. 과외활동 시간엔 에어로빅.가라테.체스.연극 등을 즐긴다. 당연히 교사들의 월급도 일반 학교의 5~8배인 1000달러에 이른다. 학생 선발은 주로 기존 학부모들이 주위 사람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학교 안은 거대한 공원을 연상시킨다. 말끔히 다듬어진 잔디밭 여기저기에 각종 현대식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실내 수영장과 실내 축구장.헬스장 등이 딸린 대형 스포츠 콤플렉스.콘서트장.구내식당.숙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의사.심리상담사.마사지 전문가 등이 상주하는 소아과 병원도 있다. 학생들에겐 아침을 포함해 하루 네끼 식사가 제공된다. 학교시설 곳곳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수시로 관찰한다.

학교 주위엔 이중 전자감응장치가 설치된 2m 높이의 벽돌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담장 주변엔 대(對)테러 특수부대원들이 지키는 초소가 곳곳에 있다. 인근 산림지역은 훈련견을 거느린 경찰이 수시로 순찰을 돈다. 마치 비밀 군사시설 같다고 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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