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 매케인 “금융위기 내가 해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후보에게 1일(현지시간)은 긴 하루였다. 오전엔 대선 유세를 벌이고, 오후엔 워싱턴으로 날아가 구제금융 수정안 상원 표결에 참여했다. 그 사이에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두 사람은 조속한 구제금융법안 마련을 위해 오랜만에 의기투합했다. 초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미 언론들도 칭찬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 또한 두 후보에겐 금융위기 해결에 누가 더 공을 세운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춰질까를 의식한 대선 경쟁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1일 저녁 진행된 상원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오바마는 위스콘신주에서, 매케인은 캔자스주에서 각각 워싱턴에 도착했다. 대선 레이스 중 이들이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상원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는 회의장 내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는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모든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백지수표를 달라고 할 때 국민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위기는 단지 월스트리트만의 위기가 아니라 미국 전체의 위기이며, 구조 계획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보다 한 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매케인은 연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미주리주 유세장에서 “우리 세대에 닥쳐온 가장 큰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회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법안이 또다시 부결된다면 지금의 위기는 재앙이 될 것이며 우리 경제의 톱니바퀴는 멈춰 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민의 70% 이상이 법안 통과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후보 모두 법안 처리에 적극 참여하고 당내 동료 의원들의 찬성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도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구제금융법안 통과시키기 경쟁은 3일로 예정된 하원 표결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지율이 추락한 매케인 진영의 움직임은 필사적이다. 매케인은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최초 구제금융법안 표결 때 반대표를 던졌던 일부 의원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도 했다. 오바마 진영 역시 첫 법안 때와 반대로 수정안에 대해선 공화당보다 민주당 하원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더 많은 점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한편 금융위기 와중에 오바마의 지지율은 한층 오르는 추세다. AP 통신이 실시한 전화 조사에서 오바마와 매케인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48%와 41%로 집계됐다. AP는 “매케인 진영에서 패배 가능성에 대한 초조함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오바마 49%, 매케인 40%로 나온 CBS 조사를 인용하면서 “오바마가 처음으로 의미 있는 우위를 점했다”고 보도했다.

퀴니피액 대학이 핵심 경합 지역인 오하이오·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도 오바마가 모두 격차를 더 벌리며 매케인을 눌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