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준 히어로즈 단장 사임 … 이광환 감독도 교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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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박노준(46·사진) 단장이 2일 전격 사임했다.

때 맞춰 히어로즈는 구단의 전면 개혁을 선언, 이광환(60) 감독의 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박 단장은 “올해 초부터 열심히 뛰어다녔다. 지금은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좋지 못하다. 1년간 내부 문제로 많이 지쳤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과의 갈등이 사퇴의 직접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단장은 지난 2월 히어로즈 창단 과정부터 깊숙이 관여해 왔으나, 시즌 중반부터 이장석 사장과 갖가지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이 사장은 이날 두산전을 앞두고 목동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팀 성적이 7위에 머무르고 분위기도 엉망이다. 프로야구 출신인 단장이 선수들을 잘 다독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박 단장이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가 일주일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동요했을 뿐만 아니라 구단의 신뢰도 상처를 입었다”고 박 단장을 직접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광환 감독에 대한 불쾌한 심기도 드러냈다. “히어로즈 전력이면 충분히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그렇게 형편없는 팀이 아니며 7위를 할 선수들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감독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 사장은 또 “우리 팀 선발 투수들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고 하나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직접 2만 명을 다 죽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감독에게 직접 화살을 돌렸다.

감독 교체에 대해 그는 “감독 유임과 교체를 놓고 여러 안을 생각 중이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발표하겠다”며 “팀의 마무리 훈련 등 10월 이후의 계획은 일단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 주도로 히어로즈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내년까지 2년 계약(계약금·연봉 각 1억원)이 돼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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