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WTO 포기하지 않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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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은 과연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배타적일까.미 정부는최근 여러 나라로부터 WTO체제에 대해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통신.금융.해운서비스분야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를 지켜본 한국등 주요 교역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아예 WTO체제를 무시하는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고있는 듯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반대다.미국은 주로 자신의 이익과목표에 일치한다면 언제라도 분쟁해결절차등 WTO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이 WTO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비난은 지난해 1월 출범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95년5월 WTO사무총장 선출때 미국은 가장 유력시됐던 김철수(金喆壽)현 사무차장등 세명의 후보를 제쳐두고 「보호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있던 이탈리아의 루지에로를 추대했었다.당시 미국의 이런 행동은 WTO를 인정하지 않는것 아니냐 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그후에도 미국은 앞서 말한 3개의 서비스분야 협상을 깨뜨렸다는 비난을 면치못했다.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1년전 교역파트너들이 제시한 내용이 불공정하다며 금융시장개방 협상에서 철수한 적이 있다.자기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WTO멤버들이 미국의 시장개방 덕만 보려하는 것은 무임승차(free rider)로 볼수밖에 없다는 이 유에서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한국.일본.인도등과 97년말까지 협상을 지속한다는데 합의했다.
미국은 또한 자신의 분쟁해결을 위해 일방적으로 슈퍼 301조를 휘둘러 WTO협정상의 분쟁해결 절차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클린턴행정부는 WTO체제아래서도 301조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원했을 뿐이다.
때문에 이런 외형적인 움직임만 보고 단순히 미국이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거부한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그보다는 미국이 분쟁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방법중 하나로 WTO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이는 일본 필름시장 접근을 둘러싼 미 정부의 태도에서 쉽게 엿볼수 있다.미국은 301조를 사용하자는 코닥등 업계주장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뿌리쳤었다.
이 역시 WTO를 포기하지않고 있으며 앞으로 국익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할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WTO에 대한 태도는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좌우될 것이며 미 의회내에 존재하는 WTO에 대한 반감(反感)에도 영향받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김석한 재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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