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산행경험과 배낭꾸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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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배낭을 짊어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등산관록이나 경험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고들 말한다.산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운반하는 배낭은 그만큼 등산인에게 없어선 안될 기본적인 장비다.
지난 여름휴가를 이용해 지리종주에 나섰던 한 친구가 이틀도 안돼 집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그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등반의욕을 잃은 채 중도에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아무리 천하장사일지라도 요령없이 배낭을 꾸려 백여리 길을 걷 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배낭이 무거우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그래서 「무거운 배낭은 고생 보따리」라고들 말한다.
1786년 근대 등반의 창시자인 드 소쉬르(프랑스)가 매트리스.침구.땔감등 68㎏에 달하는 짐을 메고 몽블랑을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그러나 요즈음은 장비의 경량화에 힘입어 75ℓ들이배낭 하나로도 3~4박일정의 산행을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됐다.장비가 크고 무거웠던 시절 옆으로 퍼진 가로형의 키슬링 배낭은 그 용량으로 인기를 끌었다.당시는 짐을 많이 지는 사람을 한수 위로 쳐주었던 때다.신입회원에게 체력훈련이라는 핑계로 무거운 짐을 키슬링에 채워 고생시켰던 시절이기도 하다.지금도 일부 대학 산악부에서는 키슬링을 보물단지처럼 애용하고 있다.키슬링은 스위스의 요하네스 키슬링이라는 가방집 주인이 고안했던 것으로 잡목과 넝쿨이 많은 국내 지형에는 부적합하다.이제는 세로형의 균형이 잘 잡힌 배낭이 인기를 끌고 있다.배낭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체형과 산행목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서양인의 체형에 맞게 설계된 외국산 배낭은 고생이 될 뿐 아니라 보기에도어색하다.또한 배낭 밖에 컵.수통.카세트.라디오등 잡동사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는 경우가 있다.영락없는외판원의 모습이다.수풀을 지날 때 나무가지에 걸리는등 산행에 어려움을 준다.
배낭을 무겁게 지면 등반실력이 뛰어나거나 체력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무릎관절과 척추를 혹사시키게 된다.패킹(배낭꾸리기)의 기본은 적절하게 무게를 조절하는 것이다.내부의 틈새는 적게 하고 등 전체에 하중이 분산되도록 꾸려야 한■ .가벼운 것(의복.침낭등)은 아래에,무거운 것은 위에 넣되 무거운 부위가허리뼈 위부터 어깨선 아래까지 놓이도록 챙기는 것이 요령이다.
또한 멜빵과 등판이 어깨와 등에 바짝 달라붙도록 메야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챙겨넣다 보면 나중엔 그무게를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산행을 하기에 무리없는 하중은 자기 몸무게의 3분의1 정도라고 한다.최소의 중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산행의 기본이다.패킹할 때 「1㎏을 줄이면 1㎞를 더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이용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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