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증권정책' 과연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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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30일에 나온 「증권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두번 놀라게된다. 지금까지 증권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주식.부동산등 특정자산 항목별로 자기자본의 일정비율을 초과하지못하게 하던 것을 사고나 시장여건의 변화로 회수가 의문시되는 위험자산의 합계가 영업용 순자본을 넘지 못하게 바꾼 것이 놀라는 첫번째 이유다.이것은 은행이 지켜야 하는 국제결제은행의 적정자본비율과 유사한 개념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부응하는 규제완화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이제 바쁘게 된 것은 증권회사.베어링.다이와,그리고 광주은행이나 수협이 당했던 낭패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놀라게 되는 두번째 이유는 개선안의 핵심인 규제(또는 감독)체계를 얼버무렸기 때문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개선안에서 증권관리위원회(증관위)를 재경원내 독립위원회로 격상하는 안,정책사항과 증관위 사항을 구분 운영하는 안을 제시하고 현 재로선 제3의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21세기를 내다보는 규제체계는 첫째,타금융권과의 겸업,무권(無券) 또는 사이버거래,신상품,국경간 거래등을 포용할만큼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둘째,공적(公的)규제와 자율규제는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공적규제는 자율규제로 인해 더 효율적 일 수 있고자율규제가 철저하면 공적규제의 개입 소지가 준다.셋째,구체적인개편작업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 즉 「규제는 왜 하는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규제가 시장의 경쟁력을 저해해서는 안되고 규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상당부 분이 시장참여자간의 경쟁에의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공정거래를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금융정책과같은 의미의 증권 「정책」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이 질문은 증권거래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을 증관위로 넘길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국내 여건도 문제다.대통령이 지명하되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5명의 위원이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미국 증관위의 스태프 대부분이 변호사.공인회계사.증권분석사인데 우리 증권감독원에는 5백명 가까운 직원중 변호사는 단 한명도 없고 증 권분석사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정도다.증권업협회는 법적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동업자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은 증관위에 힘을 실어주고 자율규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감독체계를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졸속입법보다는 차라리 미루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다만 「또 물건너 갔다」 는 우려를 잊지 말기 바란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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