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드라마공화국인가>上.週 30편 황금시간대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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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드라마를 가리켜 TV의 「꽃」이라 일컫는다.시청자들에게 가장친숙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드라마가 지나치게 많다.30편이 넘는드라마가 아침.저녁.주말의 황금시간대를 차지하고 있고,너무 많다 보니 내용도 별차이가 없다.시청률 경쟁의 첨병 역할을 떠맡으면서 방송계의 구조와 풍토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제33회 방송의 날(3일)을 맞아 3회에 걸쳐 「드라마 공화국」의 문제점을 파헤쳐 본다.
[편집자註] 최근들어 드라마의 하향평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숙한 구성은 물론이고 선정적인 대사와 무자비한 폭력장면,주제의식의 결여등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기에 민망한 작품이 많다.
이러한 하향평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드라마의「대량생산시스템」에서 비롯됐다.한 주일에 방송되는 드라마의 편수가 무려 30편 안팎.재방송작이나 『테마게임』(MBC)등 유사드라마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안 방극장을 장식하고 있다.가위 「드라마 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하다. 실제로 각 방송국의 편성비율을 보면 「드라마왕국」의 실체가 드러난다.올 봄 개편 당시 주시청시간대(오후7~11시)의 프로그램 유형별 편성비율을 보면 KBS1.KBS2.MBC.
SBS의 드라마(오락) 비율이 각각 20.1%,37.1% ,34.7%,42.2%로 채널 두개를 가지고 있어 편성이 용이한 KBS1채널을 제외하고 드라마가 1위를 차지했다.교양.보도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드라마가 매일 황금시간대를장악하면서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드라마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드라마 편식」을 조장하는 방송사의 편성과 더불어드라마의 양산은 질 저하를 동반한다.
「드라마=채널이미지」라는 방송사의 확고한 신념이 있는 한 드라마는 TV의 「꽃」이다.시청률은 당연히 드라마의 경쟁을 부추기는 「채찍」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만을 의식,소재의 개발에 신경쓰는 대신 선정적이거나 말초적인 대사에 의존한다.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이 올해초 방송3사의 PD 1백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런암울한 현실을 뒷받침한다.「시청률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가 「청소년 위주의 드라마」를 꼽았고 「시청자 구미에 맞는 원작수정」(27%),「스타위주캐스팅」(20%),「삼각관계」(11%)순으로 꼽았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양만 많지 연령별 특화가 안된 우리 드라마는 이제 더이상 시청자를 볼모로 삼아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악순환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지적하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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