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점 연 피에르 가니에르, 총주방장 제롬 루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치·참기름 등이 들어간 한국형 피에르 가니에르 메뉴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미슐랭 별점 3점짜리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의 서울 지점이 1일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5층에 문을 열었다. 개점 행사를 위해 방한한 창업주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58·左)를 서울 지점의 총주방장 제롬 루아(Jerome Roy·32·右)와 함께 만났다. (그의 이름은 프랑스 발음으로는 ‘갸네르’에 가깝고, 외래어 표기규정으로는 ‘가네르’이다. 하지만 지점을 낸 롯데 측이 ‘가니에르’로 표기해 편의상 이를 따랐다.)

◆두 사람이 믿는 건 ‘믿음’뿐=가니에르는 주방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제 1원칙을 “말하지 않아도 척척 통할 정도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 지점을 이끌 사람으로 제롬 루아를 택했다. 그는 “루아는 차분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권위가 있고, 능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주위사람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내가 가니에르를 100% 마스터했다고 볼 수 없지만,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루아는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그는 “분자 요리는 가니에르 요리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전통 요리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가니에르의 지시를 받아 앞으로 서울에서 선보일 요리 세계를 내비치는 말이다. 분자요리란 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면서 형태를 변형, 기존 음식과 다른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가니에르는 이 방식을 널리 알린 요리사로 통한다.

루아가 가니에르와 함께한 시간은 1년 반 정도. 그러나 르아는 ‘메종 트로와 그로(Maison trois gros)’ 등 프랑스의 다른 미슐랭 별 세 개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온 실력자다.

◆식재료 차이가 한국화의 과제=가니에르는 자신의 요리 세계를 한국 시장에 접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식재료의 차이를 꼽았다. 한우·오리 등 한국 재료를 사용해 보았는데, 맛이나 질감이 프랑스산과 달라 조리 뒤 이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루아는 “한국의 포도는 향수를 먹는 것 같다. 맛은 있지만 요리 재료로 쓰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문화와 식재료를 충분히 이해해 조화로운 음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지점의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60% 이상이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이를 점차 줄이고 적당한 한국 재료와 메뉴를 만드는 게 루아의 임무다. 그는 한국의 시장에서 재료를 찾고, 한국 식당에서 조리법을 배우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그는 ‘김치 마멀레이드’ ‘대추가 들어간 양고기 구이’ 등 한국적 재료를 사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가니에르는 한국 실정에 맞춰 주방 시스템과 메뉴 정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식사 시간이 짧다. 특히 점심시간의 경우 한국은 길어야 2시간이다.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주방은 일할 시간은 줄지만 과부하가 걸린다.”

◆파리·도쿄의 수준에 도전한다=가니에르는 9일 파리로 돌아간다. 서울 지점이 얼마만큼 그의 요리를 구현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그의 손길이 닿는 파리 본점은 미슐랭 별 셋을 받았고, 몇 달에 한 번씩 찾는 도쿄점은 지난해 별 둘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니에르와 루아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재료나 조리법에 대해 두 사람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루아가 조리법을 공식화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메일과 영상 전화로 접촉하게 된다. 가니에르는 일년에 두 차례 방한을 약속했다. 그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씨앗을 주면 주방 팀에서 키웁니다. 한편 걱정되기도 하지만, 잘 키우리라 믿습니다. ”

 글=백혜선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5층에 70억원을 들여 세웠다. 베르사유 궁전의 비밀정원을 모티브로 디자인 했다고 한다. 점심 코스 메뉴는 12만원과 20만원 두 종류. 저녁은 22만원과 30만원이다. 여기에 세금·봉사료가 더해지고 와인까지 곁들이면 저녁 한 끼에 5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