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기업 사장 기술.환경 급변따라 혁명적 교체 잦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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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미국 하이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파리 목숨」신세다. 2년의 기본 임기도 못 채운채 중도하차 하기 일쑤다.
컴퓨터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노벨사의 로버트 프랑켄버그(49)사장이 29일 돌연 사임하는등 6월 이후에만 7개 유명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들 가운데는 AST 리서치의 이언 다이어리,쿼터데크의 가스통 바스티엥,시베이스의 마크 호프먼,아메리카 온라인의 윌리엄 라주크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정보통신등 첨단기술 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출입문 쳐다보느라 서류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기술 수준과 시장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첨단산업분야의 특성 때문이라는게 월가의 분석이다.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속히 기존의 비전과 경영전략을 수정,새 궤도에 돌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 교체와 같은「혁명적 상황」을 만드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이 분야에는 젊고 유능한 최고경영자 재목이 많고 밀려난 사람들도 새 자리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도 사장 교체를 부채질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노벨사의 경우 「네트 웨어」제품으로 한때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으나 인터네트 시대의 대비에 소홀,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네트스케이프사의 한판 싸움을 뒤에서 지켜보는 처지로 전락했다.
매출액과 순익이 해마다 줄어들자 마침내 이사회는 『열심히는 했지만 비전과 경영전략의 조화에 실패했다』며 프랑켄버그사장을 내보내고 인터네트에 조예가 깊은 새 경영자 물색에 나섰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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