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아이싱'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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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회당 1억원,총 16억원이상의 막대한 돈이 든 MBC 아이스하키드라마 『아이싱』(최윤정 극본.장두익 연출)이 27일 17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달 1일 방송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결과는 신통치 않아 아쉬움만 남긴채 끝을 맺었다.하지만 작품외적인 면에서는 평가가 좋아 「절반의 성공,절반의 실패」란 말로총평할 수 있다.
『아이싱』은 이른바 스포츠드라마를 드라마의 한 장르로 부각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94년 『마지막 승부』를 연출했던 장두익PD가 다시 한번 스포츠드라마에 도전한 야심작.그러나 소재만농구에서 아이스하키로 바뀌었을뿐 이야기전개나 등 장인물의 구조가 『마지막 승부』와 비슷해 후속편을 연상시키는등 많은 한계를드러냈다.
이런 약점은 곧바로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나타나 인기경쟁에서 같은 시간대의 『신고합니다』(KBS2)와 『만강』(SBS)에 뒤지고 말았다.어린이.청소년들의 폭발적 인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 그러나 『아이싱』은 여름철 분위기에 맞는 얼음판 승부를 역동적인 화면에 담아내 납량물로선 손색없는 시도였다.대역을피하며 온몸으로 얼음판을 뒹군 연기자들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PD의 장인정신 또한 결과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값진 수확이었다.
「흥행실패」에도 불구하고 『아이싱』이 이룩한 결실중 하나는 영상소프트웨어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스」전략을 구사,TV드라마의 산업화 길을 연 점이다.
캐릭터 개발.T셔츠 제작.만화 출간.주제가음반 발매.기획비디오 제작등 부대사업이 활발히 이뤄졌다.방송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된 모험이었지만 다행히 성과가 좋아 삼성영상사업단에서 만든 주제가음반(노래 김용하)은 5만장이상이 팔렸으며 해태제과의 「아이싱」빙과는 여름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허무영의 만화는 청소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국제화의 길도 터 홍콩 스타TV에 7만2천달러(약 6천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사업을 통해 MBC는 흥행실패를 만회하며 총제작비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렸다는 평이다.MBC 조승필 영상프로젝트팀장은 『정확한 액수로 산출할 수는 없지만 기대이상이었다』며『협찬등에 손쉽게 의존하던 관행을 깨고 드라마의 자립화를 시도한데 의의가 컸다』고 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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