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개봉 '틴 컵' 케빈 코스트너 코믹연기 발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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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작 『워터월드』의 실패로 침몰해 버린 듯 싶었던 할리우드스타 케빈 코스트너가 실력있지만 자의식 과잉 탓에 신세를 망쳤다가 애인의 격려에 힘입어 멋지게 재기하는 골프 코치역으로 기사회생했다.
31일 개봉될 『틴 컵(양철깡통)』은 영화자체는 할리우드식 영웅담에다 로맨스를 버무린 스포츠 코미디.그러나 「틴 컵」애칭을 가진 주인공 로이 매카보이역을 맡은 코스트너의 늘어진 코믹연기에는 자학과 자기긍정이 공존하는 현대인의 모순 적인 속성이잘 농축돼 있다.
로이는 대학시절 주니어골프대회를 휩쓸며 촉망받던 골퍼.그러나자만한 성격탓으로 일찌감치 몰락의 길을 걷는다.순간의 자존심을살리다 대세를 그르치는 우행(愚行)을 반복한 끝에 텍사스 촌구석의 골프연습장 코치로 전락한다.그래도 정신■ 차리고 낮술을 마셔대는 그앞에 늘씬하고 이지적인 여의사 몰리(르네 루소)가 레슨을 받으러 나타난다.『오랜만에 생의 목표를 찾았다』고 느낀로이는 그녀에게 돌진하지만 그녀는 평소 로이가 경멸해온 약삭빠른 라이벌 심스(돈 존슨)와 교제 중인 상태.정신과 전문의답게로이의 순수함과 재능을 알아본 몰리는 낙심한 로이에게 『패배자를 자처하는 지금의 생활을 벗어나면 당신에게 가겠다』고 제안한다.로이는 단짝 캐디 로미오(치츠 마린)의 지도아래 다시 골프채를 잡는다.
중반부까지 할리우드의 공식을 충실히 지켜가던 영화는 끝부분에서 돌연 반전,주인공을 패배자로 만든다.
그래도 관객은 해피 엔딩의 기분을 만끽하며 극장을 나서게 된다.시종 자연스런 코믹연기로 관객을 길들인 코스트너의 힘이 스토리를 무리없이 공감시키기 때문이다.
『틴 컵』은 코스트너가 어딘지 어색한 표정의 액션물보다 장난기어린 미소가 스크린을 덮는 코믹물에 비교우위가 있는 배우임을확인시켜주는 영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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