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세금폭탄’없으니 … 다시 보자, 중대형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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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유모(41)씨는 요즘 주택마련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에 빠졌다. 당초 연말이나 내년 초 강북권에서 나올 재개발 단지에 청약할 계획인데 중대형과 중소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소형에 청약할 생각이었다. 중대형은 집값이 비싸고 양도세 등 세금 부담도 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중대형이 다시 뜰 것이란 말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이 다시 관심을 끈다. 중대형은 한때 집값 상승을 주도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유세 강화 등으로 인기가 급락했다. 그러다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되면서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순위 내 청약접수에서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260㎡(6가구, 9억6000만원 선)의 경우 세제 완화 발표 이후 순위 외 신청자가 3가구나 계약했다. 경매시장에서도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이 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대형에 대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가주택에 집중된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금리가 높아 중대형 수요가 늘더라도 예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엇갈리는 중대형 전망=중대형이 다시 인기를 끌 것이란 주장은 대부분 공급 부족에 근거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 급등기 때 중대형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데는 중대형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이 작용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360만 가구 중 중대형은 20%인 74만 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중대형 공급이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특히 중대형 수요가 많은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이 주된 공급원이지만 각종 규제로 중대형 공급에 한계가 있다. 재개발은 건립 가구 수의 80% 이상, 재건축은 60% 이상을 중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도 중대형 공급 확대의 걸림돌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대형은 마감재 비용 등 건축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가급적 중대형 비율을 줄이고 중소형을 늘려야 이익”이라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대형 희소가치가 더 높아져 세금 부담이 줄면서 수요가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대출 규제가 풀리기 어렵고 금리는 높아서다. 최근 몇 년간 가계소득보다 집값이 더 많이 뛰면서 중대형을 구입할 만한 경제력을 갖춘 수요가 줄었다. 2005년 말 월평균 288만원이었던 가계소득은 올 3월 314만원으로 9% 올랐지만,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27.4% 올랐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가계소득과 금리 등을 고려하면 중대형 수요 대부분이 중대형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중대형 전망을 어둡게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5년 164만 가구에서 2007년 330만 가구로 급증했다. 2030년엔 471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가구당 세대원 수가 줄어 중대형 수요층이 얇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내게 맞는 주택형은=때문에 중대형을 선택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실수요자라도 무리한 대출을 받아 사는 것은 삼가야 한다. 대출은 가계 전체 소득의 30~40% 이내가 적당하다.

입지도 따져야 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중대형은 소득 수준이 높고 학군이나 생활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유리하다”며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132~165㎡대 정도가 무난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초대형은 수요가 극히 제한돼 있어서다.

중소형은 경기 등 주택 환경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수요층이 두텁고 집값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해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대출을 받더라도 중대형보다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중소형은 역세권 등 교통 여건을 우선 순위로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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