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이미지개선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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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대적인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부동산 투기의혹사건인 「화이트 워터」,백악관 여행담당직원 해고사건인 「트래블 게이트」등에 휘말려 역대 대통령 부인중 가장혹평을 받고 있는 힐러리 여사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연설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힐러리는 옅은 하늘색 투피스 차림에 헬멧형의 차분한 머리모양으로 등단,15분동안 시종 부드럽고 나지막한 어조로 연설을 이끌어갔다.과거의 공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연설 초반에는 자신이 클린턴 집권 초기에 주도하다 실패로 끝난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반부터는 미국 어린이의 장래와 어머니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남편 클린턴의 재선을 위해 당원 모두가 힘을 합쳐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예상과는 달리 평소 자신의 비판자들에게 퍼붓던 격렬한 비난도 일절 않았다.
사실 힐러리로서는 이번 연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던 터였다.
앞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봅 도울 후보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도울 여사가 연설 도중 단상에서 내려와 이웃과 얘기하듯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주제로 남편의 인간 됨됨이를 소개,엄청난 감동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또 CNN방송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는 엘리자베스에 뒤져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설을 계기로 힐러리는 「백악관의 실질적 주인」이 아닌 「조용한 내조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한 여기자는 『클린턴과 도울의 부인간 연설 대결은 무승부였다』고 말했다.
시카고=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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