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韓總聯 폭력시위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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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6차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강행을 계기로 촉발된 한총련 학생들의 연세대 점거농성은 20일 새벽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막을 내렸다.학생들의 폭력행사와 경찰의 대치가 맞서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주었던 이번 사태는 자신들의 목적달성 을 위해 극한적인 폭력도 마다않는 핵심 좌경 운동권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를 되돌아 보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편집자註] -한총련 학생들과 경찰의 극한 대치가 20일 경찰의 진압으로 막을 내렸습니다.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 느낌을 말씀해주십시오.
▶李소장=우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하나는 어떻게 그많은학생들이 뒤떨어진 김일성.김정일 얘기를 하면서 모였을까 하는 것이고,또 한가지는 학생들이 쇠몽둥이를 들고 경찰을 무자비하게때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TV를 통해 지 켜본 이 광경은충격이었습니다.하지만 한편으론 학생들의 연세대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집단 히스테리에 의한 예기치 못한 비극이 우려됐으나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돼 안도감도 듭니다.
▶趙변호사=정부와 대학.학생.학부모등 각 분야에 「원칙」이 실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이제까지 이같은사태가 일어나면 극한 대치-구속엄단 발표-구속-가석방-사면복권이라는 과정이 되풀이됐습니다.이번에도 과거처럼 끝나면 앞으로도똑같은 상황이 반복될게 뻔합니다.
▶金학장=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장.단기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이성적 접근보다는 감정적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정부는 차제에 좌경세력을 뿌리뽑겠다고 말하지만 그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그것은 독재권력에서도 못했던 일입니다.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선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번 기회에 일부 과격학생 처리와 병행해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조성돼야 합니다.
-근래들어 화염병 투척시위가 일상화할 정도로 학생운동 양상이과격화하고 있습니다.최근 학생운동의 성격과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趙=전에는 학생운동이 반독재.민주화로 포장하고 있어 알맹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수화하면서 좌경화의 정도가더 심해졌습니다.운동권 일부는 좌경의식화 단계를 넘어 북과 일치된 행동을 표출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이는 북한의 직접적인영향과 핵심학생의 자발적인 동조가 겹쳐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金=한총련은 이번 사건에 결과적으로 과격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자성해야 합니다.그러나 대학에는 늘 일반인이 보면 과격하다고 할 구호와 대자보가 있어 왔습니다.이는 소수의 운동권이 주축이 된 부분문화입니다.
▶李=문민정부 들어와 경찰의 정보 능력이 약화된 것이 걱정스럽습니다.좌경세력은 통일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돼 있습니다.그 세력이 일반 학생들과 격리됐다면 이번과 같은 폭력시위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최근의 일부 학생들의 움직임은 행위의 폭력성과 이념의 편향성으로 국민들과 유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학생들의 행동을어떻게 봐야 할까요.
▶趙=본인들은 순수한 통일열정이라고 주장하나 행동은 공산주의방식과 동일하고 사회적으로도 치졸하고 한심합니다.한총련 핵심세력의 의도는 체제 전복이겠지만 체제 자체를 전복시킬 세력은 못됩니다.물론 순수한 통일열정을 가진 학생들도 많 을 것이며 분단된 국가에서 통일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법이 폭력적이어선 안됩니다.
▶李=남북이 대치하는 한 통일논의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자신없어 하는 것은 이로 인한 국론분열 때문인것 같아요.
그러나 논의 자체가 막혀 있으니까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이념적인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병리학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진단하면 온 사회 구성원의 관심사인 중요 이슈(이번의 경우 통일문제)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가 봉쇄됨에 따라 그만큼 과격성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또 심리적으로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느끼는 대학 생의 경우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극렬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金=몇달전 대학1학년 학생이 시위현장에서 돌멩이를 들었다가 구속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문학서클 회원이었습니다.핵심 좌경운동권과는 거리가 있었지요.문제조직의 핵심에 있는 학생들과전체 학생을 동일시해 좌경화됐다고 매도하는 것은 곤 란합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민사회로 성숙해 간다면 학생들에게 지금의 과격한 행동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을 것입니다.
▶李=저는 19일의 선별구속을 밝힌 총리담화도 과격한 시위에대처하는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봅니다.
▶趙=이런 방침선회는 대규모 시위때마다 항상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 이 원칙이 엄격히 지켜져 좌경에 기울었거나 공권력 도전학생들은 엄격히 처리하고 단순 가담자는 가급적 관용한뒤 교육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金=전원구속에서 선별엄단으로 돌아선 정부방침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됩니다.전원구속은 전쟁이 아니고선 권력남용등의 위험이있습니다.비상사태가 아닌한 선별엄단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또다소 좌경화돼있는 학생이라도 북한 공산주의자가 아닌만큼 적으로매도해선 안됩니다.
-연행학생들 처리나 엄청난 물적피해를 본 연세대에 대한 보상대책이 있을까요.
▶趙=검찰 발표대로 원칙이 중시돼야 합니다.또 재판과정에서 정해진 형량은 철저히 집행돼야 합니다.잡았다 풀어주는 식을 반복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연세대측에서도 기물파괴가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신원이 확인된 학생들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돈벌면 갚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집단행동이 민.형사 불문하고 치외법권이 돼선 안됩니다.
▶金=제 생각으로는 학생처벌에 신기록을 만들어선 안됩니다.신기록은 건국대사태로 그쳐야 합니다.새 기록을 만든다면 문민정부의 부끄러움입니다.이 문제를 너무 떠벌리지 말고 처벌을 최소화해야 합니다.이 기회를 빌려 아무리 공권력이라도 대학에는 삼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대학을 성역화하라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태방치 정부에도 책임 -이번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위해서 정부.학생.대학이 가져야할 자세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趙=우선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통일문제를 정치목적에이용해선 안됩니다.또 학교측에선 현상태가 교육이 포기된 상태나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이번 사태만 봐도 연세대측에서 학생들이 대회장을 점거하기전 경찰병력을 요 청하는게 옳았습니다.아울러 경위야 어떻든 이렇게 오랫동안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겪게하고 세계에 망신당한 것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책임져야합니다.학생에게만 돌멩이를 던지고 끝나선 안됩니다.
▶李=정부가 자신감과 소신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지금까지는 정치적인 고려나 여론을 살펴 법집행을 엄정히 못했습니다.특히 경찰 공무집행을 막는 것은 강력하게 다스려야죠.이번의 경우 정부가 국민여론을 등에 업기위해 사태를 너무 오래 끈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듭니다.
▶金=학생운동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 간절합니다.「학생운동=폭력」이라는 인상은 순수 학생운동 역사에 오점을 덧칠하는 것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깨달아야 합니다.그러나아직도 대다수 학생들은 도서관을 지키고 연구실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정리=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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