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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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10면

『보르헤스의 지팡이』
양운덕 지음
민음사 펴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세계의 무대로 끌어올린 작가이며 20세기 전위적 모더니즘 문학의 흐름을 개척한 거장이다. 특히 1945년 출간된 소설집 『픽션들』에는 수세기 동안 논의되어 온 세계 철학과 모든 종류의 문학 장르가 응축되어 있다. 보르헤스의 이야기들에는 실제 존재했던 철학자와 소설가가 나오는가 하면 상상 속의 백과사전과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학술적 고찰이 등장한다. 또한 추리소설은 존재론을 담고 있으며 실험소설은 형이상학을 담고 있다. 철학자 양운덕은 그동안 보르헤스 해석에서 미흡했던 인식론과 문학론의 면모를 새롭게 밝힌다.

『양반의 사생활』
하영휘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세기 조선 양반의 사생활을 1700통의 편지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국내에서 첫손가락 꼽히는 초서 해독가이자 역사학자이며 고문서 연구자인 하영휘(가회고문서연구소 대표)씨는 몇 해 전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낡은 문서들 속에 파묻혀 살다시피 했다. 그 희귀 사료의 보고에서 17년간 옛 편지(간찰), 호적대장, 토지 장부 등의 고문서들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어내고 정리하다 유학자 조병덕(1800~1870)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발견했다. 조선시대 양반의 삶은 겉으로 도덕과 명분을 내세우면서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추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양반네 겉모습의 이면이 흥미롭다.

신춘재 개인전 ‘시간, 흔적 그리고 소멸’
10월 1~15일
갤러리 카페
‘조르바 더 그릭’

화가 신춘재씨의 화폭에서 우선 보는 이의 눈길을 끄는 것은 색이다. 낡은 담벼락에 오랜 세월이 이리저리 붓질해 놓은 듯한 색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달라붙어 있다. 비와 바람, 구름과 해가 만들어 놓은 듯한 그 색감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시간과 흔적이다. “우리는 강물처럼 흘려 보낸, 쉼 없는 시간을 붙잡길 원한다. 이젠 찰나의 화석이 된 낡고 빛바랜 시간의 흔적…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사라져 간다.” ‘색(色)’전으로 시작한 그림 이력이 꼬박 10년이 된 올해 그가 마련한 첫 개인전은 한 작가의 흔적이다. 10월 7~13일 서울미술관(02-722-3308) ‘중랑 미술인 초대전’에도 출품한다.

‘꼴’ 액자 이야기전
10월 1~14일
갤러리 31

액자는 서양에서 들어온 틀이긴 하나 이제 한국 미술계에서도 액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일어나고 있다. 20여 년 인사동에서 ‘꼴 액자’를 이끌어온 임기연씨는 일찌감치 액자공예에 대한 남다른 안목으로 입소문이 난 이다. 그가 즐겨 다루며 액자공예의 핵심으로 여기는 것이 목재다. 자유곡선·타원·원·삼각형 등 그의 다양한 조형에 대한 실험은 액자가 홀로 독립해서도 그 미감을 겨룰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꼴 액자’를 눈여겨봐 온 한국화가 유양옥씨의 그림액자(사진)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으로 선보이는 이번 첫 전시는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문의 02-7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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