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집단적 자위권 해석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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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하는 현행 일본 정부 방침을 당분간은 유지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책을 바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위대의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해외 파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5일(현지시간) 오후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석을 변경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같은 말을 반복해 왔다”면서도 변경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아소 총리의 발언으로 중의원 해산 후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또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외국의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 지원할 수 있는 권리다. 유엔 헌장은 주권국의 고유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의 취지에 따라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 방어를 위한 개별적 자위권만 인정하고 있다.

일본 보수 우파 정치인들은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추진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전문가들로 협의회를 만들어 헌법 해석 변경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마련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임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보수 우파 성향의 아소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보수 우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본의 평화론자들은 “집단적 자위권 허용은 일본의 전쟁 참여 가능성을 높인다”며 반대하고 있다.

아소 총리는 이날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벌이고 있는 다국적군 함대에 대한 급유 지원 활동에 대해 “헌법 위반이 아니므로 이 문제와 관련해 집단적 자위권 해석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일체가 돼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자위대는 현재 ▶신테러특별조처법에 따른 인도양 급유 활동 ▶이라크 부흥 지원 특별조처법에 따른 항공 자위대 공수 활동 ▶유엔 평화유지활동 협력법에 따른 골란 고원 유엔 병력분리 감시군 참여 활동 등의 규정에 근거해 해외에 파병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해 온 것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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