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극단 '오마니' "코리랑" 1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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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무대엔 철조망이 둘러쳐있다.미국.일본.러시아.중국을 상징하는사람크기의 인형들이 혼빠지는 춤을 춘다.북한 여가수가 그들의 춤에 현혹돼 넋이 나가있다.
귀순자들이 모여 만든 극단 「오마니」가 15일 막을 올릴 창단공연 『코리랑』은 이렇게 시작한다.코리랑은 코리아와 아리랑의합성어.통일과 민족동질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8일 대학로 강강술래극장에서 막바지 연습중인 오마니의 출연진은 모두 7명.정성산(27.북한군 2군단 선전대 작가겸 연출가출신).오명선(31.신의주 자재인수원 출신).김광욱(28.평남3대 혁명소조 기동예술선전대 배우출신).황정국( 25.부흥무역회사 운전수 출신).허철수(39.사회안전원 출신)씨등 귀순자 5명과 2명의 남한 여배우로 구성돼 있다.
『1천만 실향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민족동질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담긴 작품입니다.』 「남북화합의 연극」임을강조하는 작가 김시라씨의 말이다.『품바』의 제작.연출자로 잘 알려진 김씨는 오마니의 창단공연을 물심양면 지원중인 인물.귀순자들과 열띤 토론 끝에 작품을 구성했고 자신이 소유한 극장을 대관해준데다 매일 연습장 에 나와 작품만들기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총3막으로 이뤄진 이 연극의 2막은 「자유토론시간」.관객의 질문에 출연자들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극은 분단의 현실.외세.통일.화합등의 무겁고 어려운 화두들을다루되 춤과 노래로 흥겨움을 돋우고 웃음으로 관극 재미를 높인다. 『골치아픈 이데올로기 논쟁의 장을 열자는게 아닙니다.남과북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즐기는 화합의 한마당을 펼쳐보자는 것이지요.』 그런 취지를 잘 살리고자 연출도 남한의 권호성(32)씨와 북한의 정성산씨등 두 젊은이가 공동으로 맡았다.
북한주민들 사이에 은밀히 불려지는 지하가요 『어머니』와 동요 『따복아』,북한 가요 『여성은 꽃이라네』 『반갑습네다』등이 삽입되 고 인형들의 춤이 어우러지는 놀이마당이 될 것이란게 북한측 연출을 맡은 정씨의 말이다.
『그게 아냐.무릎을 자연스레 구부리면서 팔을 쭉 뻗어야지.』한창 연극에 대해 열을 올리던 정씨가 안무가 오세란씨의 연습독촉에 못이겨 무대에 오르자 곧바로 오씨의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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