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末伏-쇠도 굴복한다는 삼복중 마지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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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일이 末伏이다.대체로 하지(夏至)를 지나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初伏),네 번째 경일이 중복(中伏),입추(立秋)후첫 번째 경일이 末伏이다.
굳이 경일로 잡은 것은 십간(十干)에서 庚은 쇠(金),오행(五行)에서 여름은 불(火)에 해당되기 때문이다.곧 이 때는 워낙 더워 쇠도 복날의 더위에 굴복(伏)하고 만다는 뜻에서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은 개장(보신탕),여자들은 삼계탕을먹으면서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했다.특히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아닌가. 삼복날 개를 잡았다는 기록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보인다.기원전 670년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진(秦)나라 덕공(德公)이 개를 잡아 삼복제(三伏祭)를 지내고 개고기를 사대문에 내걸어 둠으로써 더위와 악기(惡氣)를 물리쳤다는 것이 최초다.
그러나 이날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오히려 그들은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禁忌)로 여기며 엄동설한에 즐길 뿐이다.개고기 자체가 화기(火氣)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복날의 더위를 개의 화기로 누름으로써 더위를물리친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열치열의 물리 이론을,중국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철학 이론을 따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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