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10. 열린우리 강혜숙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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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강혜숙(57.비례대표) 당선자는 '춤꾼'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무용반 옆을 지나다 '선(線)이 곱고 예뻐 보여' 춤을 시작했다. 그리고 40년간 춤을 췄다.

그는 중학교 때 발레와 한국무용을 배웠지만 갈수록 '우리 춤'에 매료됐다. 대학(서울대 체육교육과)과 대학원(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나와선 한영숙.이매방씨 등 인간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춤을 배웠다. 그는 연습벌레였다. 한겨울에 난방조차 안 된 연습실에서 춤으로 밤을 새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승무(僧舞)의 대가인 한영숙씨는 "춤에 미친 아이"라고 했다.

姜씨는 우리 춤에 빠져들수록 그 원형이 궁금했다. 그래서 전국의 굿판을 찾아 다녔다. 두메산골부터 외딴 섬까지 안 가본 데가 없다는 게 그의 회고다.

그의 삶은 1980년 청주대 무용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그는 전국의 대학가를 휩쓴 학생 시위를 지켜보면서 사회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그는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집회 현장에서 공연을 했다. 83년 도시의 공장과 사창가로 흘러드는 농촌 처녀들을 다룬 '딸의 애사(哀史)', 87년 교육문제를 다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등을 발표하며 '민족춤꾼'으로 부상했다.

그런 그가 정치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신당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면서다. "시민.문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개혁을 하고 싶었다"는 게 외도(外道)의 이유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자연스레 합류하게 됐다.

그는 "경제 논리가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는 후진사회"라고 말한다. "문화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유연하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등원하면 일부 계층만을 위해 존재했던 문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겠다"고 했다. "문화의 분권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그는 호주제 폐지, 친일잔재 청산, 사립학교 민주화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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