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상명여중 이현수양 本社수해복구봉사 참가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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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현수야,나 성순인데 너 나랑 수해지역에 가서 봉사활동하지 않을래.』 친구 성순이가 전화를 걸어 꼬드겼다.
『거기 위험하다고 난리던데…덥기도 하고.』 『야-가자.응.』『어떡하지.에이 모르겠다.봉사점수나 따러 가자.』 이렇게 해서우리는 지난 1일 한국 민간자원구조단이 인도하는 버스를 타고 중앙일보사를 출발,문산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수해지역은 가재도구들이 집밖에 널려 있고 경찰.군인아저씨들이 왔다갔다 했다.영화에서 본 피난지역 같았었다.
민간구조단 아저씨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어느 가정 집에 배치돼흙탕물로 범벅이 되고 냄새도 심하게 나는 집을 걸레로 닦고 비로 쓸었다.
첫날 봉사는 너무 힘이 들었다.이튿날 오전7시에 잠을 깼다.
솔직히 말해 『오늘만 참고 이겨내면 봉사점수를 모두 딴다』는생각뿐이었다.이날 한 가정집에서 세탁기와 냉장고같은 가전제품을닦았다. 한참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정겨운 목소리로 『고맙다』며 물 한잔을 주신다.
물 한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셋쨋날.몸은 천근같이 무거운데 오전6시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수해지역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점수는 다 땄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그분들의 안쓰러움이 마음에 걸려 집을 나서게 됐다.
점수와 관계없는 「자원봉사」를 가게 된 것이다.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연천은 문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했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마을 집들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논 곳곳에서 이불등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연천군백학면의 한 가게집에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빨래를 했다. 나흘째.닷새째도 이상한 마력에 끌려 문산에서 설거지를 하고 가게집 그릇들을 닦았다.나도 모르게 연속 닷새간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팔.다리가 쑤실 정도로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분들의 안타까움,진정 고마워하시는 눈길들.내 보잘것 없는 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과 위안이 되다니….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찾아 뵙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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