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3국' 1라운드는 52대 48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3국
[제2보 (18~36)]
白.趙漢乘 7단 黑.金主鎬 4단

빈삼각은 우형(愚形)의 표본이며 금기(禁忌)의 대상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일단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섬뜩하고도 가공스러운 파워를 느끼게 해준다.

지금 김주호4단이 둔 흑▲도 백△들의 허리를 분질러버리겠다는 듯 강인한 기운을 토해내고 있다.

이 수에 '참고도1'의 백1로 받는 것은 흑2~8까지 그야말로 토막이 나고만다.

'참고도2'처럼 버티는 것도 흑8에 이르러 백의 피곤한 여행이 시작될 뿐이다. 가만히 수를 읽으면 읽을 수록 흑▲의 빈삼각은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한승7단도 준비해온 게 있다. 먼저 18로 찌르는 수. 지극히 평범한 이 한수로 인해 어둠 속에서 흐흐흐 웃던 흑은 웃음을 싹 거두지 않을 수 없다. 19로 막자 비로소 백도 20으로 막는다. 이 하나의 수순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흑은 상변을 취하는 데 성공했지만 백도 24까지 실리와 두터움을 손에 넣었다. 30의 보너스가 있어 상변에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

1라운드의 접전은 이렇게 끝났다.심판관들은 52대 48로 백의 손을 들어준다.

백28 때 29로 넓게 틀을 잡은 것은 金4단 본인도 미세한 손해를 감지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29는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한 수다. 다시 한판 붙자는 뜻이다. 趙7단은 17분 동안 신중하게 판세를 살피더니 32부터 삭감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