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부탈선의 사회 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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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전 남편이 있는 주부들이 다른 남자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했다는 기사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 주부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그들의 대답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어린자녀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그리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무료해서그랬단다.이들의 행위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놓고 단순히 주부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고 탄식만 할 수도 없다.왜냐하면 이들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기때문이다.
우선 자녀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윤락행위를 했다는 주부의 대답이다.학원비를 벌기 위해서라는 것이 단순한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가 현재 너무나 심각하다.요즈음 우리는 주위에서 어린아이들이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 부터 학습지를 풀고 음악.미술.영어학원까지 다니느라 어른 못지 않게 바쁜생활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적성과 재능을 일찍 알아내 일찍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그러나 학원에만 보내 놓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고 세계적인 예술가로 크는 것은 아니다.몇년전우리나라의 조기교육 실태를 조사해보니 자녀를 학 원에 보내고 있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른 집 자녀처럼 학원에 보내면 일단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교사는 어떤지,교육의 질이나 아이들 장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관 심이 없었다.뿐만 아니라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해방되고 자유시간을 얻기 위해서도 서둘러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학원 출신이 아니다.위대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어려서는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놀이처럼 악기를 다루기 시작했고,놀이로서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이다.위대한 문학도 학원에서 가르치는 틀에 박힌 교육에서 나온 것 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가정에서의 교육을 포기하고,자격을 갖춘 좋은 교사가 있는 학교교육마저 외면한 채 어떠한 수준의 교사가 있는지도 모르는 학원에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자녀들을보내고 있다.소 팔고 논 팔고 이제는 몸까지 팔아가며 엉터리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일까.
또 다른 하나는 생활이 무료해 호기심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주부의 대답이다.요즈음 오전10시가 지났는데도 집에 남아 있는주부는 몇 대 바보에 든단다.점심시간에 조금 나은 음식점에 가면 여자들로 북적거려 남자들은 들어가기가 민망 스럽다고 한다.
삐삐를 갖고 택시를 탔던 친구에게 택시 기사가 『아주머니도 애인 있으세요』라는 말을 쉽게 할 정도로 요즈음에는 애인이 있는주부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주부가 심심하다고 하면 많은 남편들은 콧방귀를 뀌었다.자녀들을 보살펴야 하고 살림을 살아야 하는 아내가 심심할 틈이 어디있느냐고 핀잔도 주었다.주부는 저절로 희생정신이 솟구쳐 남편과자식 뒷바라지만으로도 보람을 느끼며 살 것이라 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는 주부도 때로는 설거지통에서 해방되고 싶고,남편과 자식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남편과 자녀는 별 생각없이 『당신은 몰라도 돼』『엄마는 몰라도 돼』라는 말을 던지지만,주부는 서럽고 그럴 때 그 서운한 마음을 달래보고,나의 또다른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을만나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일 때문이라고 하면 남편의 늦은 귀가가 정당화되던 시대는 지났다.직장에서는 근무시간이 지나면 남편을 집으로 보내주어야 하며,남편은 일을 핑계로 더 이상 바깥에서 서성거리지 말아야 한다.아내와 남편이 함께 가정을 지킬 때 소비문화. 퇴폐문화는 저절로 소멸될 것이며,심심풀이 윤락도 사라질 것이다.
우남희 동덕여대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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